[공연]땀흘린 작은 연주, 교향악보다 장엄하다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에 참가하는 서울시향 현악 파트의 수석 부수석 단원들. 왼쪽부터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임가진, 비올라 훙웨이 황, 바이올린 김정민 김효경 데니스 김(악장), 첼로 김호정. 박영대 기자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에 참가하는 서울시향 현악 파트의 수석 부수석 단원들. 왼쪽부터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임가진, 비올라 훙웨이 황, 바이올린 김정민 김효경 데니스 김(악장), 첼로 김호정. 박영대 기자
■ ‘2008 실내악 시리즈’ 공연 서울시향 단원들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은 오후 11시 반이 넘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오후 4시 전체 오케스트라의 공식 연습이 끝난 후에도 많은 단원들이 퇴근을 하지 않았다.

5층 대연습실 외에도 6층 휴게실, 4층 예술감독실에서 삼삼오오 모인 이들이 열중한 것은 현악 5중주, 6중주와 같은 ‘실내악’이었다.

“전체 오케스트라 연습 외에 솔로 연주 학교 강의, 개인 연습으로 바쁜 단원들이라 한데 모이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밤늦은 시간을 이용하죠. 바쁠 땐 샌드위치나 김밥을 먹으면서 할 때도 있어요.”(임가진·제2바이올린 수석·34)》

서울시향 단원들이 펼치는 ‘2008 실내악 시리즈’가 28일 오후 7시 반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첫 무대를 갖는다. 지난해 ‘브람스 스페셜 실내악 시리즈’에 이어 올해는 드보르자크, 모차르트, 슈베르트 실내악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올해 초 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은 자신이 취임한 뒤 2년 동안의 변화에 대해 “150점을 주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변화에는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실내악 프로젝트’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베를린필하모닉이나 뉴욕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경우 현악, 목관, 금관 파트별로 수많은 실내악단을 산하에 운용하면서 단원들의 앙상블을 조련해오고 있다.

“정명훈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현악 파트가 커다란 ‘현악 4중주’처럼 연주하기를 원해요. 지휘자만 따라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서 하라고 템포를 맡길 때도 있으시지요. 첫 실내악 음악회 때는 정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며 단원들과 슈베르트의 ‘송어’를 연주하기도 했지요.”(데니스 김·악장·33)

이번 공연엔 데니스 김을 비롯해 비올라 수석 훙웨이 황(29), 첼로 부수석 김호정(38) 등 14명이 드보르자크의 실내악을 연주한다. 각 파트의 수석, 부수석들은 대부분 2년 전 새로 뽑은 젊은 연주자들로 해외 유학파다. 이들의 에너지가 시향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요리하는 음악이지만, 실내악은 각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입니다. 템포나 연주의 색깔을 정할 때 3중주나 5중주처럼 홀수일 때는 다수결로 결정하면 돼요. 그런데 4중주나 6중주는 꼭 의견이 반으로 갈리어 티격태격하죠. 하지만 그러면서 서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실내악에서 배우는 즐거움입니다.”(이정란·첼로 부수석·25)

이들은 1년에 120회 이상 오케스트라 공연, 실내악 공연을 하는 것 외에도 음악회 관람과 토론 등으로 일주일 내내 함께 생활한다. 김효경(28) 제2바이올린 부수석은 “일본 도쿄에 가서 정명훈 선생이 지휘하는 NHK필하모닉의 말러 9번 교향곡을 듣고 서울시향 공연과 비교하며 토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8월에 런던필하모닉으로 자리를 옮기는 김정민(31) 제1바이올린 수석은 “런던필하모닉에도 위그모어홀에서 하는 실내악 시리즈가 유명하다”며 “실내악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채워 넣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1만∼3만 원. 02-3700-6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상 취재·편집 :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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