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후엔 ‘조선 석축 + 21세기 누각’… 국보 유지될까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근조’ 숭례문 11일 화마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숭례문 앞에서 경찰이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근조’ 숭례문 11일 화마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숭례문 앞에서 경찰이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역사적 가치 상실” “원형대로 복원 가능” 팽팽

훼손 컸던 낙산사 동종 - 광화문은 문화재 탈락

문화재청 “복원하는 데 최소 3년-200억원 들어”

■ 숭례문 지위 논란

이제, 국보 1호 숭례문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문화재청은 11일 “긴급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정밀 실측도면을 토대로 숭례문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말대로 당연히 복원을 해야 하지만 숭례문은 앞으로 복잡한 운명에 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숭례문은 2층짜리 목조 누각은 거의 모두 타버리고 석축만 남은 상태. 숭례문의 목조 누각을 복원한다면 조선시대 석축에 21세기 누각이 합쳐지는 형국이다. 따라서 복원 숭례문을 놓고 ‘조선시대 건축 문화재라고 말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조선시대 건축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국보 해제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진다. 국보 보물 등 국가 지정문화재 가운데 원형을 잃어버릴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가짜로 판명될 경우 국보나 보물에서 해제된다. 실제로 보물 479호였던 강원 양양군 낙산사 동종은 2005년 화재로 완전히 소실된 뒤 보물에서 해제됐다. 국보 274호였던 거북선 별황자총통(別黃字銃筒)은 가짜임이 밝혀져 1996년 국보에서 해제된 바 있다.

국보 해제 논란의 쟁점은 참사를 당한 숭례문을 조선시대 건축물로 볼 수 있는지이다. 정재훈 문화재위원은 “과연 숭례문의 몇% 정도가 피해를 입었는지를 정교하게 확인한 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볼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해 국보 해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일단 국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엄승용 문화유산국장은 “낙산사 동종처럼 완전히 녹아버린 것이 아니라 누각의 일부와 석축이 남아 있는 데다 정밀 실측도를 통해 원형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보에서 해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숭례문의 누각이 사실상 전소되어 이미 조선시대 건축물로서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국보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화재위원인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조선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이미 핵심적인 실체가 사라졌으니 남아있는 석축만 갖고 국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관장은 원래의 석축 위에 콘크리트로 지어 올린 광화문을 예로 들었다. 복원을 위해 지난해 말 철거한 광화문은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누각이 전소된 뒤 1968년 석축 위에 콘크리트로 누각을 지어 올린 건물. 광화문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한편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에 최소한 3년 정도의 시간과 2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일제가 철거한 숭례문 좌우 성벽도 원형대로 복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복원 작업은 문화재청의 예상보다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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