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37년 이탈리아 스트라디바리 사망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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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미국 뉴욕 소재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바이올린 1대가 악기 사상 최고 경매가로 팔렸다. 낙찰가는 354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3억 원).

제작 연도 1707년. 애칭은 ‘해머(Hammer)’였다. 299년의 세월 때문에 비싼 것만은 아니었다. 제작자의 이름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였던 것이다.

그 전의 악기 최고 낙찰가는 203만 달러였는데, 한 해 전에 거래된 바이올린 ‘레이디 테넌트’였다. 그것 역시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전설이다. 그가 만든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에 붙어 있는 그의 라틴어 성(姓)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명품의 대명사다. 지금 같은 표준형 바이올린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스트라디바리는 지칠 줄 모르는 활력으로 끊임없이 실험을 한 인물이다. 1690년경의 스트라디바리는 새로 설계한 바이올린의 칠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 바이올린의 개선점을 고심할 정도였다.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르칸젤로 코렐리가 온전한 기량을 펼치기 위해 강한 음색의 바이올린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를 들은 뒤였다.

스트라디바리는 폭이 좁고 길이가 긴 ‘롱 패턴’의 바이올린을 거쳐 1700년대 초부터는 오늘날의 형태와 같은 바이올린을 제작했다. 남은 생애 동안 실험을 계속했지만 이때 창안한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명품은 훌륭한 연주자와 유명한 소유자를 만나 화려하게 거듭났다. 스트라디바리우스에는 악기별로 ‘메시아’ ‘비오티’ ‘케벤휠러’ ‘파가니니’ ‘리핀스키’ 등의 별도 이름이 붙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에게는 ‘다비도프’(1712년산 첼로)가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로만 악기를 구성한 도쿄 현악 4중주단은 늘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는 한때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가 소유해 ‘파가니니 콰르텟’으로 불린다. 1995년 일본문화재단이 1500만 달러에 구입했다.

1737년 고향인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별세한 스트라디바리는 1100여 점의 현악기를 만들어 현재 650여 점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짜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스트라디바리가 살던 17, 18세기에도 가짜가 많이 만들어져 더욱 힘들다.

‘진짜’를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은 그래서 필요하다. 특히 그 대상이 사람일 때는….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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