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청년의 축구냐 소녀의 노래냐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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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겨냥한 대극장 뮤지컬 중 올해 초연작은 ‘뷰티풀 게임’과 ‘헤어스프레이’ 두 편뿐이다. 16일 라이선스 뮤지컬로 나란히 선보인 ‘뷰티풀 게임’과 ‘헤어스프레이’는 각각 뮤지컬 양대 산맥인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영국비평가협회 최우수 뮤지컬상 수상(뷰티풀 게임), 토니상 8개 부문 수상(헤어스프레이) 등 ‘품질보증서’를 달고 있지만 각각 영국과 미국의 색채도 짙어 국내 관객의 반응은 어떨지 관심을 모은다.》

■ 북아일랜드팀의 우정과 갈등 ‘뷰티풀 게임’

‘뷰티풀 게임’은 마치 내가 응원하는 팀이 1-0으로 이긴 축구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전반전에 멋지게 한 골을 넣은 뒤 후반전은 별다른 슈팅 찬스 없이 (어쨌거나) 승리로 끝난.

북아일랜드 축구팀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뷰티풀 게임은 축구를 사랑하던 벨파스트 청년들의 우정과 사랑이 북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오랜 갈등으로 비극적 결말을 맺게 되는 내용이다. 1막은 ‘프리미어리거’를 꿈꾸는 주인공 존(박건형)의 순수하던 시절을, 2막은 테러리스트가 된 옛 친구 토머스(김도현) 때문에 7년간 옥살이를 한 존이 이념의 희생자가 되는 과정을 다뤘다.

이 작품 ‘최고의 플레이’는 전반전(1막)에 나온다. 우리로 치면 한일전에 해당하는, 북아일랜드 축구팀과 영국팀 간의 불꽃 튀는 7분간의 결승전 장면. 다이내믹한 군무에 녹여 낸 안무와 15명의 남성이 빚어내는 앙상블은 박수가 아깝지 않다. 잘 짜인 세트플레이로 상대편 골대 깊숙이 승리의 골을 꽂아 넣듯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명장면이다.

하지만 뷰티풀 게임에서 가장 ‘뷰티풀’한 것은 역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다. 멜로디에 강한 웨버의 작품답게 주제곡 ‘뷰티풀 게임’ 등 오랫동안 귓가에 남는 노래가 적지 않다.

가볍고 흥겨운 1막과 달리 2막은 볼거리보다 묵직한 드라마 위주로 전개된다.

비극적 결말임에도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으로 끝맺는 엔딩은 뭉클한 감동을 노린 마지막 ‘득점 찬스’였지만 미적지근하게 끝난다. 2막 각색 과정에서 존과 토머스, 그리고 옛 동료들의 갈등이 제대로 살지 못해 드라마의 흡인력이 약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은 진짜 축구에서의 얘기일 뿐, 더욱 치밀한 각색이 아쉬웠던 대목. 물론 인상적인 결승전과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박건형 등 스타플레이어를 보는 재미, 그리고 주제곡을 신나게 부르는 마지막 골세리머니(커튼콜) 덕분에 훌리건은 없겠지만. 2008년 1월 13일까지 LG아트센터. 3만∼10만 원. 02-501-7888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얼꽝몸꽝 트레이시의 스타되기 ‘헤어스프레이’

‘헤어스프레이’는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외모 꽝 몸매 꽝’인 여학생 트레이시의 좌충우돌 성공기다. 2003년 토니상 8개 부문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에서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는 흥행 뮤지컬.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대중소비시대의 모습과 흑백갈등을 ‘유쾌’하게 버무렸다.

트레이시는 헤어스프레이로 거대하게 부풀린 머리를 한 뚱뚱한 백인 소녀. 흑인 친구 시위드의 도움으로 평소 즐겨 보던 TV쇼에 나가게 된 트레이시는 무대에 흑인을 세우지 않으려는 방송사의 결정에 반발해 흑인들과 함께 생방송에서 깜짝쇼를 준비한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 여기에 10대의 달콤한 로맨스가 첨가됐다.

트레이시 역은 국내에 주연을 맡을 만한 역량의 뚱뚱한 여배우가 없어 우려 섞인 궁금증을 자아냈으나 더블캐스팅 된 방진의와 왕브리타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아쉬움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방진의는 라텍스 특수 분장으로도 ‘젓가락’ 같은 다리와 작은 얼굴을 감추지 못했지만 트레이시의 앙증맞은 목소리를 제대로 표현했고, 신인인 왕브리타는 후반부에서 노래가 처졌지만 트레이시에 ‘근접한’ 통통한 체형과 귀여운 이미지를 살려 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인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 역은 남자 배우가 맡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정준하와 김명국이 더블캐스팅 됐다. 기대를 모았던 정준하는 연습이 부족한 탓인지 극에 녹아들지 못한 채 시종 진지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본매력을 살려 내지 못했다.

반면 현란한 댄스와 느끼한 작업 멘트로 청중을 휘어잡은 능글능글한 흑인 춤꾼 시위드 역의 오승준은 ‘키 플레이어’라고 할 만큼 작품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멈출 수 없어’ 등 신나는 로큰롤이 흐르는 ‘미스 헤어스프레이’ 결선 장면의 흥겨움은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 냈다. ‘그리스’ ‘올슉업’ 같은 뮤지컬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 같다. 2008년 2월 1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4만∼8만 원. 02-577-1987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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