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원리 응용하면 새 글자 만들 필요없어”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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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하학자의 한글창제’에 대한 원로 국어학자의 제언

본보 10월 19일자 플러스 과학면(A25면)에 실린‘어느 기하학자의 한글창제’기사를 읽고 원로 국어학자인 이응백(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글을 보내 왔다. 건전한 논의를 위하여 요약해 게재한다.

고등과학원 최재경 교수가 한글 창제의 원리를 응용해 1[v], 工[f], @[z], B[ð], C [i]와 같은 글자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어학자가 아닌 수학교수로서 일찍부터 이 방면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를 해온 데 경의를 표한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한글이 표음문자 중 자음과 모음이 풍부하고 제자(制字) 원리도 합리적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말이든 한글로 적은 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외국인이 이를 읽으면 그 나라 말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국제음성기호 [k t p]를 영어로는 [크 트 프]로 발음하고 프랑스어로는 [끄 뜨 쁘]로 다르게 발음하는데 한글은 이 차이를 분명하게 적을 수 있다.

이처럼 훌륭한 한글의 제자 원리를 응용하면 외국어의 발음을 좀 더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해 최 교수처럼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의 용자례(用字例)에는 순경음(脣輕音)이 나온다. 순경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다면 ‘ㅸ’은 [v], ‘ㆄ’은 [f]에 해당한다. 그리고 ‘ㅿ’는 [z]에 해당하므로 [v f z]를 위해 새로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ð] [i]인데 이는 규정에 없으므로 글자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도 순경음의 예에 준하여 [ð]는 ‘&’, [i]는 ‘’’로 하면 어떨까.

이를 최 교수가 만든 표기 방법과 비교하면 very의 ‘(리’는 ‘4리’로, fan의 ‘)’은 ‘*’으로, zet의 ‘+트’는 ‘5트’로, the의 ‘0’는 ‘1’로, thank you의 ‘2큐’는 ‘3큐’로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제자 원리와 글자 모양에서 특별한 이질감이 없기 때문에 나라 안팎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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