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웃음’… 하회별신굿 완전 복원 길열려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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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발견된 별채탈의 측면 사진. 얼굴을 세밀하게 조각한 점이 우리 국보인 하회탈과 같다. 사진 제공 전경욱 교수
일본에서 발견된 별채탈의 측면 사진. 얼굴을 세밀하게 조각한 점이 우리 국보인 하회탈과 같다. 사진 제공 전경욱 교수
중요무형문화재 69호인 하회 별신굿 탈놀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요무형문화재 69호인 하회 별신굿 탈놀이.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사라진 하회탈중 하나인 ‘별채탈’ 日서 발견

사라진 하회탈(국보 121호) 중 하나인 별채 탈이 일본에서 발견됨에 따라 가면 미술의 걸작으로 꼽히는 하회탈과 하회별신굿 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의 온전한 복원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그동안 별채 떡달이 총각 탈 등 사라진 3종의 역할을 비워 둔 채 공연이 이뤄졌다. 특히 이 탈이 일본에 건너간 시기가 16세기로 밝혀짐에 따라 구전으로 전해지던 하회탈의 제작 연대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이 탈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올해 8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 야쓰시로 시립박물관이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소장품을 정리하던 중 확인됐다. 고니시는 당시 왜군의 선봉장 중 한 사람으로 그가 이끄는 왜군은 동래성을 함락한 뒤 안동 등 경상도를 거쳐 북상했다. 학계는 별채 탈이 이때 왜군의 전리품으로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쓰시로 시립박물관 관계자는 일본 탈과 형태가 전혀 다른 이 탈의 유래를 확인하기 위해 탈 연구의 권위자인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찾아 고증을 부탁했다. 전 교수는 그동안 가짜 탈을 새로 발견된 탈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 교수는 탈의 앞면과 옆면, 뒷면을 찍어 입체 영상으로 재현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생김새와 제작기법이 하회탈과 같다고 결론 내렸다.

이 탈이 일본에 전해진 시기가 명확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학계는 하회탈춤이 고려시대부터 유래했다는 설을 근거로 해서, 국보 하회탈 역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러나 이는 문헌고증이나 연대측정을 통한 것이 아닌, 전설과 구전에 의존한 것이었다.

이 탈이 야쓰시로가 있는 규슈 지방으로 온 것은 이곳이 고니시의 근거지였기 때문. 야쓰시로 시립박물관의 학예연구사 도리즈 료리 씨는 18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야쓰시로의 역사와 유물을 기록한 ‘비후국지(肥後國誌·1722년)’에 ‘조선 정벌(임진왜란) 시대에 일본 장수가 조선에서 가져온 탈 1개가 있다’는 기록이 나오며 그게 이번에 발견된 탈”이라고 말했다. 고니시는 당시 야쓰시로의 한 집안에 이 탈을 줬고 이 집안에서 대대로 이 탈을 보관해 오다가 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설명이다.

하회탈은 희로애락과 익살, 해학이 넘치는 한국인의 얼굴을 보여 줘 국내 가면 미술의 걸작으로 꼽힌다. 야쓰시로 시립박물관은 이 탈을 19일∼11월 25일 전시한다. 한편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회장 임형규)는 별채 탈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달 중 야쓰시로 시립박물관을 방문할 계획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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