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노벨상은 공정한가…‘노벨상 스캔들’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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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스캔들/하인리히 찬클 지음·박규호 옮김/380쪽·1만5000원·랜덤하우스코리아

알프레드 노벨은 유언장에 “기금을 마련해 그 이자로 매년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라”고 남겼다.

이렇게 해서 노벨재단이 설립됐다. 노벨상 각 위원회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선출직 의원 5명으로 구성된다. 매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온 수많은 제안을 고르고 골라 검증하는 비밀스러운 선별 과정을 거쳐 영광의 얼굴이 결정된다.

매년 이맘때 노벨상 열기로 세계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노벨상이 그만큼 권위 있고 받기 어려운 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상 100년 역사에서 꼭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하고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받은 경우는 없었을까.

있다. 심사위원의 실수 탓도 있지만 노벨상 수상 규정의 구조적인 문제 탓도 있다. 예컨대 한 분야에서 수상자가 최대 세 명까지 가능하다는 노벨재단의 규정이 그렇다. 현대 과학은 혼자 힘으로 결과를 이루기 힘들다. 세 사람보다 많은 연구자가 동등하게 기여한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대부분 주역을 담당하고도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된 젊은 연구자들이다.

노벨은 유언장에서 수상자의 조건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이라고 남겼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이 모호한 조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 왔다. 20세기 초에는 보수적인 이상주의 개념을 선호했다. 국수주의, 인종주의를 드러낸 작품도 문학상을 받았다. 노벨 평화상은 애초 평화주의자에게 주다가 특정한 현안에서 평화 공로를 이룬 사람으로 기준이 바뀌면서 뒷말을 낳았다. 평화론자로 볼 수 없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러-일전쟁을 중재해 1906년 평화상을 받자 항의가 잇따른 것.

이 책은 노벨상 역사에서 수상 자격과 관련한 주요 논쟁과 사건 50여 사례를 모았다. 저자는 800여 차례 노벨상 시상 중 심각한 논란은 비교적 적은 편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노벨위원회가 그 명성을 유지하려면 불공정한 수상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며 이 책의 많은 사례가 그 문제점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고 말한다.

치명적인 독가스를 개발해 제1차 세계대전 때 ‘가스전의 아버지’라 불렸던 프리츠 하버. 전범으로 분류된 상태에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DNA 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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