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80장 ‘마리아 칼라스 전집’ 쏟아낸다는데…“영원한 EMI 디바” 도장 찍기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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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음원을 독점하고 있는 영국의 음반 레이블 EMI는 이달 중 전집 규모가 무려 80장에 이르는 칼라스 CD(사진)를 발매한다.

칼라스의 스튜디오 녹음을 총망라한 70장짜리 CD 전집을 시작으로, 오페라 하이라이트만 모은 8장짜리 전집, 칼라스의 대표곡들을 2장의 CD에 담은 ‘더 원 앤드 온리(The One and Only)’ 등 각종 콤필레이션 음반을 말 그대로 ‘쏟아낸다’.

‘EMI를 먹여 살리는 것은 ‘비틀스와 마리아 칼라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칼라스 음원은 EMI의 최고 자산이다. EMI는 최근 몇 해 동안 ‘패션 오브 칼라스’ ‘칼라스-로맨틱 영웅, 비극적 영웅’ 등 매년 이름을 바꿔 가며 2, 3장짜리 CD에 담은 칼라스의 콤필레이션 음반을 내왔다. 하지만 올해처럼 80장에 이르는 대규모 전집을 한꺼번에 내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아무리 올해가 칼라스 서거 30주년을 맞은 해라고 해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것.

일각에서는 저작권 만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 관례상 저작권은 사후 50년까지 보호되는데 왜 ‘사후 30년’에 벌써 저작권 만료를 걱정하는 것일까?

사정은 이렇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작곡가나 작사가가 갖는 저작권은 ‘사후 50년’까지 보호되지만, 가수나 연주가, 음반제작자들의 경우는 ‘저작인접권’(음반 녹음 후 50년)으로 보호된다. 칼라스는 1952년 EMI와 전속계약을 했으며 이듬해 2월 ‘라메르무어의 루치아’로 상업적 녹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토스카’의 아리아 제목처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던’ 디바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1958년까지 엄청난 예술적 성취를 이뤘던 칼라스는 1959년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의 연인이 되면서부터 무대에 거의 서지 않았고 칼라스가 1964년 코벤트가든에서 다시 ‘토스카’를 공연했을 때는 이미 전성기가 지난 다음이었다.

결국 칼라스의 전성기 시절인 1952∼1958년 EMI가 녹음한 곡들은 내년이면 모두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완료된 공공 소유물)’으로 전환된다. 이미 각국에서는 저작권이 완료된 칼라스의 노래가 속속 음반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 EMI 측은 “이번 전집 대량 발매는 칼라스가 영원히 EMI의 아티스트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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