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엘렉톤’ 금관-현악 넘나들어… “진짜 연주 같아요”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코멘트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엘렉톤 반주에 맞춰 연습하는 성악가들. 왼쪽부터 베이스 김진추, 소프라노 김세아, 엘렉톤 연주자 이지영 씨. 이훈구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엘렉톤 반주에 맞춰 연습하는 성악가들. 왼쪽부터 베이스 김진추, 소프라노 김세아, 엘렉톤 연주자 이지영 씨. 이훈구 기자
올여름, 소극장 오페라 무대가 뜨겁다.

200석에 불과한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600석 규모의 토월극장에서는 7, 8월 내내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 국립오페라단 ‘마이 퍼스트 오페라’, 가족오페라 ‘마술피리’ 등이 잇달아 공연된다. 이 외에도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장천아트홀, 서초구 서초동 DS홀 등 1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도 심심찮게 오페라가 공연되고 있다. 오케스트라 피트도 없는 좁은 극장에서 어떻게 오페라가 공연될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엘렉톤’이라는 신형 무기다. 일본에서 개발된 이 악기는 ‘원 맨 오케스트라’를 모토로 내건 악기다. 상하 2단으로 이뤄진 건반과 페달을 이용해 현악, 목관, 금관악기의 파트를 한꺼번에 연주할 수 있다. 최신 모델은 173가지 음색과 66패턴의 리듬을 탑재해 엘렉톤 한 대가 약 20명의 오케스트라를 대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 소극장 오페라 성공의 견인차

일본에서는 엘렉톤이 오페라뿐 아니라 뮤지컬, 대중음악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일본 내 음대에는 40여 개 엘렉톤과가 개설돼 있고 고토, 샤미센과 같은 전통악기 연주자들도 서양 클래식 음악과 퓨전 음악을 연주할 때 엘렉톤을 많이 쓴다. 국내에서는 2002년 제3회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를 통해 이 악기가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적은 비용으로도 ‘라이브 연주’의 묘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전자악기의 음향을 보완하기 위해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목관악기 등 실제 악기를 조합시켜 다양한 앙상블을 시도해 왔다”며 “그러나 재정적으로 열악한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가 9년간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엘렉톤의 공로가 크다”고 말했다.

○ 오케스트라를 잡아먹는 괴물?

“지난해 ‘라보엠’을 할 때 엘렉톤 4대로 이뤄진 앙상블이 반주를 했어요. 처음엔 미심쩍었는데, 무대에서 노래해 보니 진짜 소리와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습니다.”(베이스 김진추·국립오페라단원)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를 열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은 올해 초 엘렉톤 3대를 사들였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어 객석을 뜯어내야 했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구민회관, 지방순회 공연에서 엘렉톤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오페라를 1만 원에 볼 수 있다’는 입소문에 티켓이 불티나게 팔렸다. 국립오페라단은 다음 달 21∼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최신 기종의 엘렉톤 앙상블에 맞춰 ‘잔니 스키키’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공연할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음악계에서는 엘렉톤이 ‘오케스트라를 잡아먹는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 엘렉톤 연주자 이지영(29) 씨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악기를 전공하는 친구들이 ‘네가 내 밥줄을 다 끊겠구나’라며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악기는 어차피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는 소극장 오페라 전용이잖아요. 소극장 오페라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상승효과가 생기지 않을까요?”

엘렉톤이 반주하는 소극장 오페라
제목기간 및 장소내용 비고
제9회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7월 19∼2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메노티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글로벌링크스!’2만∼3만 원. 031-607-7384
국립오페라단 ‘마이 퍼스트 오페라2’8월 21∼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푸치니 ‘잔니 스키키’,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만∼5만 원. 1588-789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