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소, 문명으로부터의 일탈!… 허진 ‘유목동물+인간’展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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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어떻게 나오든 한국화의 정신과 기법을 지키면 한국화로 볼 수 있습니다.”

허진(45) 전남대 미대 교수의 한국화론이다. 그는 남도 화단의 대표 작가 남농 허건의 장손으로 전남 진도군의 운림산방을 5대째 이어오는 작가. 한국화의 전통을 대물림하고 있지만 그가 내놓은 한국화는 소재나 기법에서 할아버지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그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베아르떼(02-739-4333)에서 3일까지 마련하는 전시에서 그만의 한국화를 선보인다.

전시작 ‘유목동물+인간’ 시리즈의 화면에는 개 호랑이 얼룩말 기린 사슴 등 동물과 다양한 인간 형상이 등장한다. 대부분 점묘 기법으로 표현해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인간은 작고 까맣게 그린 반면 동물은 훨씬 크게 그렸다.

작가는 “문명이 양산한 익명의 인간에서 벗어나 자연에 안기자는 생태주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반-현대산수도’에서는 절반씩 화면을 나누어 한쪽은 산수화를, 다른 한쪽은 그것의 음양을 반전시킨 산수화를 대비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수묵 채색화이지만 현대미술의 다양한 실험과 맥이 닿는다. 구상을 표현해도 굳이 틀에 매이지 않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최광진 씨는 “허 교수의 작품은 친숙한 사실(寫實)에서 오는 발견의 즐거움이 아니라 현실적인 맥락을 벗어나는 데서 오는 ‘일탈과 부정의 즐거움”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전시 타이틀도 ‘일탈과 부정의 즐거움’이라고 붙였다.

그는 “대학(서울대 미대) 때는 전통 기법의 한국화를 그렸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전통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며 “한국 화가의 집안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나를 보여 주기 위해 시도하는 부정을 위한 일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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