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출몰… 시계 제로… 뻘 파헤쳐 “청자다”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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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군산시 비안도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인양하고 있는 잠수대원들. 잠수 발굴 요원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수중 다이버들이 참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2년 5월 군산시 비안도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인양하고 있는 잠수대원들. 잠수 발굴 요원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수중 다이버들이 참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고려청자 발굴이 한창이던 17일 오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 앞바다. 발굴단의 잠수대원 4명이 비색(翡色) 청자를 건져 올릴 때마다 수중 발굴 전용선인 씨뮤즈호에서 이를 지켜보던 60여 명이 박수를 치며 탄성을 터뜨렸다. 이날은 수중 발굴 현장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자리였다. 야미도 수중 발굴은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4∼19일 청자 800여 점을 발굴했다. 최근 수중 발굴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발굴 현장 공개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 이를 계기로 수중 발굴의 흥미로운 세계를 들여다본다.》

○ 신안 앞바다 9년간 2만여 점 건져

국내 최초의 수중 발굴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9년에 걸쳐 이뤄진 전남 신안군 해저 유물 발굴을 꼽는다. 14세기 초 이곳에서 침몰한 200t급 중국 무역선을 비롯해 중국 도자기 등 2만여 점의 유물을 찾아낸 수중 발굴의 쾌거였다.

이 위대한 발굴도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걸리면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의 수중 발굴은 대부분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이뤄진다. 올 5월엔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다리 빨판에 청자를 붙이고 있는 주꾸미를 건져 올리면서 발굴 작업으로 이어졌다. 1984년 전남 완도군 앞바다에서 청자 3만여 점 발굴, 1995년 전남 무안군 도리포 앞바다에서 청자 600여 점 발굴, 2002년 전북 군산시 비안도 앞바다에서 청자 3000여 점 발굴, 2003∼2004년 전북 군산시 십이동파도 앞바다에서 청자 9000여 점 발굴 등 국내의 수중 발굴은 대부분 서해에서의 청자 발굴이다.

이처럼 서해 바다에서 청자가 끊임없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얼까. 전북 부안과 전남 강진은 고려청자의 대표적 도요지였다. 이곳에서 만든 청자를 당시 수도였던 개경(지금의 개성)으로 운반하던 도중, 배가 침몰하면서 청자들이 바다 속에 가라앉게 된 것이다.

○ 조수 흐름 정지되는 1시간 이내에 작업

수중 발굴은 지상에서의 발굴보다 훨씬 어렵다. 가장 큰 어려움은 발굴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수중 발굴은 만조와 간조가 멈춘 정조(停潮) 시간에만 가능하다. 조수의 흐름이 정지되면 바다 속이 비교적 평온해진다. 그때가 아니면 유물을 건져 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2002년 비안도 발굴의 경우 작업 시간은 하루 두 차례, 매번 30분에서 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기상이 나쁘면 이것도 불가능하다.

이번 야미도 발굴은 조수 간만의 차가 비교적 적고 수심도 깊지 않아 오전 9∼11시, 오후 2∼6시에 이뤄지고 있다.

수중의 시계(視界)가 불량한 점도 어려운 부분이다. 서해는 물이 그리 맑지 않아서 바다에 들어가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보통 서해의 수중 시계는 0.5∼1m에 불과하다. ‘시계 제로’인 경우도 허다하다.

해저 뻘 층에 묻혀 있는 청자를 꺼내는 것도 고난도의 작업이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유물이 묻혀 있는 뻘은 호미질도 어려울 만큼 단단하다. 따라서 에어 리프트(Air Lift) 같은 장비를 이용해 뻘의 흙을 파헤친 뒤 청자를 인양해야 한다.

수심이 10m만 돼도 육체에 가해지는 압력은 지상의 2배에 달한다. 잠수대원들이 공기 탱크를 지고 물에 들어간다고 해도 1시간 이상 버티기 어렵다.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12시간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

서해에서는 또 상어의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바닷물에 들어갈 때는 상어 퇴치약을 몸에 착용하기도 한다.

○ 유물은 국가 소유… 발견자, 평가액 50% 지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바다와 땅 속에서 나온 유물은 모두 국가 소유다. 발굴 문화재는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발견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 발견 장소(바다 또는 육상)의 소유자와 발견자는 보상금을 50 대 50으로 나눠 갖는다. 보상금은 전문가들이 유물의 가격을 평가해 정한다. 그런데 바다는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평가액(보상금)의 절반은 국가가 갖고 발견자에게는 평가액의 50%만 지급한다.

수중 발굴 조작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도 있다. 1992년 8월, 해군의 이 충무공 해전유물발굴단은 경남 통영시 한산도 앞바다에서 거북선에 장착했던 무기인 귀함별황자총통(龜艦別黃字銃筒)을 발굴하는 개가를 올렸다. 거북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획기적인 발굴이라는 평가 속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이 총통은 발굴 3일 만에 국보 274호로 지정되었다.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6년 6월, 이 총통이 가짜이며 발굴도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급에 눈이 먼 한 해군 대령이 골동품상과 짜고 가짜를 만들어 한산도 앞바다에 빠뜨린 뒤 진짜인 양 건져낸 것이다. 이 총통은 곧바로 국보에서 해제됐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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