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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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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올해 창간특집 연속기획 ‘21세기 신(新)천재론-재능이 지능이다’는 각 분야에서 눈부시게 약진하는 한국 젊은 영재들의 공통점을 추출하고, 이를 통해 미래 한국교육의 청사진을 그려보자는 목표로 시작됐다.
생리학자인 남편과 역사학자인 아내의 공동작업으로 태어난 이 책은 똑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다만 그 연구 대상을 과거의 천재들에 맞췄을 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버지니아 울프, 아인슈타인,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마사 그레이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성과를 올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신천재론’이 다중지능론에 입각해 ‘재능의 민주화(one for all)’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재능은 하나의 원리로 통합된다(all for one)’고 말한다. 역사상의 수많은 천재가 말했던 내용을 종합했을 때 천재성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 통찰을 어떻게 포착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샤를 니콜도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도 비슷한 말을 한다. “책은 내 마음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배 속 어딘가에서 떠오른다.”
그들에게는 ‘유레카’를 외치게 만드는 답이 먼저 온다. 숫자로, 언어로, 음표로, 그림으로, 몸으로 이 ‘직관적 방언’을 번역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버라 매클린톡은 어느 날 옥수수 밭에서 해답을 먼저 찾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증언했다.
여기서 ‘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의 차이가 중요하다. 안다는 ‘무엇을’이 중요한 반면 이해한다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학교에선 지식의 결과물들을 달달 외우면 된다. 그러나 진정한 이해는 그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고 도출됐는지 과정까지 터득할 때 생성된다. 저자들은 교과서적 지식을 ‘환상’, 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실재’라 할 때 창조적 정신의 소유자는 이 환상과 실재를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그 이해에 이르기 위한 창조적 발상의 13가지 생각 도구를 추출했다.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다.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을 발견할 수 있는 관찰력은 창조적 발상의 출발점이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이런 감각적 경험을 토대로 어떤 심상으로 만들어 머릿속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형상화다. 그런데 형상화를 위해선 복잡한 감각정보를 몇 가지 특징으로 포착해 단순화할 수 있는 추상화가 필요하다. 추상화와 짝을 이루는 패턴화는 구체적 사례에서 일반 원칙을 끌어내는 것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패턴화는 다시 현재를 읽어내는 패턴 인식과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내는 패턴 형성으로 나뉜다. 이런 패턴화는 명백히 달라 보이는 두 개의 사물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유추능력을 발전시킨다.
‘몸으로 생각하기’나 감정이입은 정신과 육체를 구별하고,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고, 나와 너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유를 초월하는 능력이다. 이는 또한 평면적 정보를 입체로 재구성할 수 있는 ‘차원적 사고’와 실재를 축약해 가상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모형 만들기’와 연결된다. 놀이는 작업의 즐거움과 착상의 기발함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필요하다. 변형은 나머지 다른 생각 도구들을 하나로 엮기도 하고 각각의 기술을 전혀 다른 기술과 접합하는 능력이다. 통합은 이 모든 사고과정을 공감각적이고 전체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통합적 이해(unified understanding)’ 혹은 ‘종합지(synosia)’라고 부르며 이것이야말로 창조적 사고 발현의 요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뚜렷하다. 학과를 세분하는 전문가(specialist) 맞춤형 교육이 오히려 각 분야의 창조성 발현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교육은 오히려 전문가가 아닌 전인(generalist)을 키우는 학과목 통합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원제 ‘Spark of Genius’(1999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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