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여성에서 엄마로…‘첫아이’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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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김점선 등 21명 지음/344쪽·1만1000원·샘터

여자가 처음으로 아이를 낳는다? 엄마는 첫 경험이기에 서툴러 아이에게 미안하고 첫아이는 아이대로 무녀리여서 여물지 못하다.

스물한 명의 엄마가 첫아이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내장은 칼로 총총 다져지는 듯했고 허리뼈는 난도질을 당하고 골반은 바숴지는 것 같았다’고 출산의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엄마가 이럴진대 산도를 빠져 나오는 아기에겐 어떤 고통이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이유명호·한의사)라며 아이 걱정을 한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더 힘들다. 이혼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양육권을 챙기지 않는 엄마(김영미·다큐멘터리PD)에게 애 아빠는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못 내준다고 비난하며 아이를 데려가겠단다. 아이를 부둥켜안고 해외로 도망갈까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아이를 보내던 날 엄마는 방송 일에 집중하지만 방송이 끝난 뒤 화장실로 달려가 토악질을 한다. 억울함과 함께 아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그러나 아이는 엄마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다. 엄마(김점선·화가)는 자신의 방식대로 기르고 싶어 어릴 때부터 학교는 나쁜 곳이라고 말했으나 아이는 옆집 아이 따라 유치원에 가더니 대학까지 마치고 만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가 엇나가면 고스란히 책임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무척이나 속을 썩이던 아이는 중 2때 가출하지만 기자 엄마(서명숙·전 시사저널 편집장)는 가파른 취재 일선에서 버티기 위해 밥도 먹고 잠도 잔다. 선배 여기자들이 틈날 때마다 집으로, 학원으로 전화해 대며 아이를 챙기는 것을 경원시하던 ‘간 큰’ 엄마였다. 역시나 아이를 군대에 보낸 뒤에는 ‘내 사랑이자 골칫덩이인 첫아이는 그렇게 잠시 내 곁을 떠났다’고 기뻐한다.

그래도 엄마(김별아·소설가)는 아이에게 해 주는 일보다 아이가 해 주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다운증후군 큰딸을 만나면서 자신이 세상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알게 됐다는 엄마(나경원·국회의원)도 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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