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대가들 장편 들고 잇달아 귀환… 침체 문학계에 활력소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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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76) 씨의 ‘친절한 복희씨’는 최근 문인 100명이 선정한 ‘가장 좋은 소설’로 뽑혔다. “4년째 해마다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간 젊은 작가들 위주였다가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이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처음 선정됐다. 노작가의 위력을 확인하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원일(67) 씨는 이번 주 새 장편 ‘전갈’을 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 3대의 가족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다.

대가들이 돌아왔다. 최근 들어 이들의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문단의 조명을 받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63) 씨는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했던 ‘오 하느님’을 다음 주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이제하(70) 씨도 작가세계 봄호에서 장편 ‘능라도에서 생긴 일’의 연재를 마치고 단행본 작업을 시작했다. 김주영(68) 씨는 5년 만에 새 장편 ‘붉은 단추’의 창작에 들어가 이르면 6월부터 ‘현대문학’에 연재할 예정이다.

본보에 연재됐던 이문열(58) 씨의 ‘큰 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가 올해 책으로 나오고, 황석영(64) 씨의 새 장편, 박완서 씨의 소설집도 올해 안에 나온다는 소식이 더해져 올해는 ‘대가들의 귀환’이 문단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단은 돌아온 중진, 원로들의 저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2000년대 들어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세계에 관심이 집중됐던 데서, 대가의 역량을 새롭게 발견하는 쪽으로 한국문학의 폭이 넓어졌다는 반응이 많다. 평론가 김영찬 씨는 “새로운 젊은 작가들이 부상했지만 일부는 유행만을 좇거나 창작활동이 쉽게 피로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대가들의 두드러진 활약은 젊은 세대의 분발을 촉구하는 동인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가들의 작품은 판매도 안정적이어서 시장도 활력을 띨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진다.

평론가 이광호 씨는 특히 대가들이 대부분 장편을 낸다는 데 주목한다. 대가들의 귀환은 ‘정통 장편서사의 귀환’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김원일 씨의 ‘전갈’은 가족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거쳐 1970, 80년대 산업개발의 현장과 2000년대 ‘바다이야기’ 게임장까지 100년의 역사를 아우른다. 김주영 씨의 ‘붉은 단추’는 월북했다 돌아온 시아버지로 인해 파탄 나는 가족을 통해 아물지 않는 전쟁의 상처를 그릴 참이다.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는 해체된 서사, 환상이 개입된 서사이지만 대가들의 새 장편은 한국문학의 중심이 돼 온 정통 서사 방식을 보여 준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단편 중심의 문단 풍토를 벗어나 장편에 대한 요구가 증대한 것도 대가들을 주목하는 요인이다. 평론가 황종연 씨는 “우리 문단은 이제 70대부터 20대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연령대를 갖게 됐다”면서 “세대 간의 조화는 문학이 위기 속에서도 힘을 찾아가는 징조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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