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100만 관객 돌파 앞둔 ‘명성황후’제작 윤호진 대표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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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내년에는 ‘명성황후’의 일본 도쿄 공연과 중국 공연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내년에는 ‘명성황후’의 일본 도쿄 공연과 중국 공연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한국의 간판 뮤지컬 ‘명성황후’가 드디어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다.

‘명성황후’의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누적 유료 관객은 98만3000여 명. 다음 달 17일 시작되는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100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들어가는 것.

국내 뮤지컬 사상 유료 관객이 100만 명을 넘어서는 작품은 ‘명성황후’가 처음이다. 초연 12년 만에 ‘100만 관객 첫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 연출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명성황후’는 볼 사람은 다 본 줄 알았는데 관객이 계속 든다.(웃음)


윤호진 대표
△1948년 충남 당진 출생
△1970년 극단 실험극장 입단
△홍익대 공대 정밀기계과(1972년)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1980년) 미국 뉴욕대 대학원 공연학과 졸업(1987년)
△1992년 극단 에이콤 설립
△연극 ‘아일랜드’ ‘신의 아그네스’ ‘들소’,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겨울나그네’ ‘몽유도원도’ 등 연출
△동아연극상 대상(1978, 1981년) 연출상(1987년), 한국 뮤지컬대상 작품상(1995, 1996, 1997년) 연출상(1995년) 특별상(1997, 1998년), 일민문화상(1999년), 국회대상 (2003년) 수상, 옥관문화훈장(1997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장(1991∼1995년) 극단 실험극장 대표(1996년)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예술감독(2001∼ 2003년) 역임
△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한국뮤지컬협회 초대 회장, 단국대 연극영화과 교수, 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

“무슨 소리. 지금도 중복관람 관객보다 처음 본다는 관객이 대부분이다. 공연장에 나가 보면 많은 관객이 공연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얘들아, 잘 봤다’고 전화한다. 작품을 본 자식들이 부모들에게 ‘효도 선물’로 보여 드린다더라. 보통 연말에는 대기업들이 고객마케팅용으로 구입하는 단체티켓이 많은데 우리는 지난해 공연 중 딱 1회분만 단체로 팔렸고 나머지는 모두 개인이 구매했을 만큼 관객 저변이 넓다.”

실제로 지난 연말 ‘명성황후’의 인기는 공연계의 화제였다. 성수기인 연말, 쏟아지는 공연 틈에서 ‘명성황후’는 소리 소문 없이 4만7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는 “이미 연초 한 차례 공연을 했던 터라 연말 공연을 걱정했는데 전체 박스(총객석) 4만 석 중 3만 장이 예매로 나가면서 오히려 역대 최고 예매율을 기록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평균 객석점유율도 91%(유료 객석점유율 80%)로 역대 최고 흥행성적을 보이자 공연기획자들은 “‘명성황후’는 이제 확실한 브랜드가 됐다”고 부러워했다.

―식지 않는 인기 요인은….

“강압적이지 않고, 볼거리도 있고, 극적인 것도 있고, 감동도 있고…. 학생에겐 역사 공부를 2시간 반에 싹 끝내 주니까 좋고.(웃음) 사실은 정서의 문제 같다. 외국 작품은 아무래도 공허하다. 토니상을 휩쓴 브로드웨이의 최근 히트작도 국내에서는 성공을 못 거둔 것도 결국 그래서 아닐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역시 초연 때다. 원래 ‘명성황후’는 시해 100주기가 되는 1995년 10월 8일에 맞춰 막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호주에 맡기려 한 음악편곡료를 결제 못할 만큼 돈이 없어 공연을 미뤄야 했다. 결국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에 경위서를 써내고 12월 30일에 가까스로 막을 올렸다.”

당시 열흘 일정이던 공연은 밀려드는 관객으로 닷새 연장 공연을 했다. “공연을 마치고 나니 12억 원의 예산을 딱 ‘똔똔’으로 맞췄더라”고 했다. 그는 “객석 평균 단가를 6만 원으로 잡고 100만 명 관객이 들면 ‘명성황후’가 지금까지 6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셈”이라고 말했다.

―6명의 명성황후 중 최고의 ‘명성황후’를 꼽는다면….

“‘지존’은 역시 이태원이다. 이상은은 2막에서 힘이 달렸는데 요즘은 파워가 확 커져서 이태원과 반반씩 무대에 선다.”

그는 “초연과 비교하면 작품의 약 60%가 바뀌었을 만큼 꾸준히 수정작업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인 것이 12년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명성황후’의 뒤를 이을 만한 대형 창작 뮤지컬의 부재는 뮤지컬계의 고민거리다. 소극장에서는 창작 뮤지컬이 두드러지지만 대극장 무대를 채울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은 없다.

그는 “(이)문열이에게 2009년 안중근 선생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안중근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면서 3D영상을 이용한 암살 장면 구상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한국뮤지컬협회 초대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창작 뮤지컬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작곡과 극작”이라며 “3월에는 보컬 워크숍을, 하반기에는 작곡 워크숍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명성황후’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다소 여유가 생긴 것일까?

1991년부터 줄곧 뮤지컬에 매달려 온 그는 16년 만에 다시 연극으로 돌아온다. ‘아일랜드’ ‘신의 아그네스’ 등 숱한 문제작과 흥행작을 내놓았던 그의 연극 연출 솜씨를 볼 수 있는 작품은 4월 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올리는 아서 밀러의 ‘시련’. 그는 “원래 박정희 때문에 올리려던 작품인데 10·26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불발됐다”며 “아쉬움으로 남았던 내 일생일대의 연극”이라고 했다.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그의 소감은 “‘명성황후’가 푸치니 오페라처럼 100년 넘게 사랑받는 것”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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