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 명칭서 민족문학 빠질 듯

  • 입력 2007년 1월 24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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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실천→민족문학→?

진보적 문인단체의 맥을 이어온 민족문학작가회의가 27일 총회에서 명칭변경을 논의한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처는 "민족문학이라는 표현이 국제사회에선 극우적 인상을 준다는 점 때문에 90년대 중반부터 명칭변경을 고민해왔다"며 "각 위원장, 지회장, 지부장 등의 의견을 취합해 이 문제를 총회에서 논의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김형수 사무총장은 "2004년 이사장제에서 사무총장제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명칭변경을 함께 논의해 적절한 계기를 찾기로 했는데 지난해 10월말 남북 문인 100여명이 모여 '6·15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된 것을 그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내부에서 검토되는 새로운 단체 명칭은 '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문학작가회의', '한국어문학작가회의' 4개다.

김 사무총장은 "총회에서 압도적 찬성 쪽으로 취합돼야 명칭변경이 가능하다"며 "지난해 1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대다수가 명칭변경을 지지했고 젊은 문인 대다수가 바라고 있기 때문에 원로들의 반발이 크지 않는 한 명칭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작가회의 회원들 사이에선 1300여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주류문인단체를 소수·비주류의 '운동권단체'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문학이 좀 더 넓고 보편적 지평에 서기 위해선 민족이라는 특수한 가치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젊은 문인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김 사무총장은 "명칭이 바뀌어도 자유실천과 민족문학을 단체의 기본 정신으로 삼는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문학의 자기건강성에 대한 고민이 과거 국가와 민족 관계에서 이뤄졌다면 지금은 좀더 넓고 보편적 주제로 그 초점을 옮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족문화작가회의 초대회장을 지낸 고은 시인은 "사람이 태어날 때 주어진 이름과 평생 함께 하는 것처럼, 단체의 명칭도 창립 당시의 뜻을 담아 이어가는 것이 좋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반면 창립 당시 부회장을 지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회의 측에서 의견을 물어와 '중론에 따르겠다'고 답했다"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 창립된 민족문학작가회의는 1974년 결성됐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모태로 삼아 '표현의 자유', '민주화', '남북화해' 등을 추구해왔다.

한편 비슷한 성향의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단체의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논의된 바가 없지만 앞으로의 상황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남원상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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