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악플 테러’ 이대로 놔둘 건가

  • 입력 200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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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가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빚는지…. 아무 생각 없이 악플 올린 분들, 사죄해야 합니다.”(ID uiop2128)

“남의 고통을 자신의 쾌락으로 느끼며 안 보이는 곳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게 추하게 느껴집니다.”(ID sin33331)

21일 스물여섯의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유니(본명 허윤)가 인터넷 악플(惡과 reply를 합친 조어·악성 댓글)로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릇된 댓글 문화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유니는 TV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이나 선정적인 춤을 선보였고, 일부 누리꾼은 ‘얼굴 좀 봐, 안 고친 곳이 없다’는 등 악플을 올렸다. 그는 2005년 미니홈피에 “악플로 제가 상처받는답니다. 제 개인적인 곳이니 욕설은 피해 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교통사고로 10일 사망한 개그우먼 고 김형은 씨의 미니홈피에도 ‘해서는 안 될’ 댓글이 붙기도 했고, 하리수는 22일 자신을 지속적으로 비방한 악플러 이모 씨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했다.

누리꾼들은 악플이 장난의 수준을 넘어 인터넷의 익명성에 숨어 기생하는 사회 병폐로 확대됐다고 말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테러 신고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사이버 공간은 개인에게 안방 같은 사적 공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악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돌발 행위”라며 인터넷 공간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물론 누리꾼들이 악플에 대해 ‘비판 운동’을 벌인 사례도 있다. 김형은 씨에 대해 문제의 댓글을 올린 이는 누리꾼들의 추적으로 드러났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며 누리꾼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 사건 때문에 이는 옹색한 주장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하루 방문자 10만 명이 넘는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에선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된다. 이 조치의 효과는 미지수이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도 많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상대에 대한 비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인터넷을 올바른 광장으로 만드는 것은 누리꾼들의 몫이다.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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