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웅장…화려…고풍…절제…대학가 근대건축물 관람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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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는 싱그러운 젊음 덕분에 늘 가슴 설레는 곳…. 그 청춘의 공간 사이사이에 오래된 문화재가 숨쉬고 있다면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로 근대 건축물, 즉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근대기에 지어진 건물들을 말한다.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건물이 대부분이다. 대학 캠퍼스 안에 세워진 근대식 건물들은 우선 그 의미부터 남다르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 대부분이 침략의 목적으로 일제에 의해 건립된 것이라면 대학 캠퍼스 안의 건축물은 민족지도자나 선교사들이 한국의 근대교육을 위해 지었기 때문이다. 대학캠퍼스에서의 청춘과 유서 깊은 문화재의 만남. 예기치 않아 더욱 신선하다.

●품격있는 바로크 미학, 서울대 의대 대한의원 본관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 의대에 있는 옛 대한의원 본관(사적 248호). 1908년 대한제국이 건립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품격을 자랑한다. 건물 중앙에 높이 솟은 시계탑이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계탑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자동차로 직접 현관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현관에 차 대는 곳을 만들어 정면 입구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 건물을 지을 당시 대한의원은 대한제국 최고의 국립의료기관. 그러나 1910년 조선총독부의원으로 개칭됐고 1926년에는 경성제국대에 포함되면서 대학병원이 되었다. 광복 뒤 서울대병원 본관이었다가 지금은 병원연구소로 사용되고 있다.

●장중한 아름다움, 고려대 본관과 중앙도서관

고려대 서울캠퍼스에 있는 사적 285호 고려대 본관(1934년 건축)과 사적 286호 중앙도서관(1937년 건축)은 장중하다. 이 고딕 양식의 건물들은 장대한 규모와 높이 솟아 하늘로 상승하는 탑, 뽀얀 화강석의 당당한 질감 등에 힘입어 멋스럽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일제 강점기 민족사학으로서 보성전문학교(고려대의 전신)의 당당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듯하다.

대학 캠퍼스의 근대 건축물 대부분은 외국인이 설계했으나 이 두 건물은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건축가 박동진(1899∼1981)이 설계했다. 그는 고려대 본관 현관의 앞면 돌기둥에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를, 뒷면 돌기둥엔 우리 민족의 상징인 무궁화를 조각했다.

당시 일제는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는 그냥 넘어갔지만 무궁화는 문제 삼았다. 그러나 박동진이 ‘무궁화가 아닌 벚꽃’이라고 속여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절제와 검약의 미학, 연세대 근대 건축물

연세대 서울캠퍼스에는 사적 275호 스팀슨관(1920년 건축), 사적 276호 언더우드관(연세대 본관·1924년 건축), 사적 277호 아펜젤러관(1924년 건축)이 있다. 고딕풍인 이들 건물은 전체적으로 단정하면서 아름답다. 외벽이나 기둥과 지붕 하나하나에 과장스럽지 않은, 절제된 건축미가 담겨져 있다. 연세대의 전신 연희전문학교를 세운 언더우드(한국이름 원두우) 박사의 검약하면서도 고결한 정신을 보여주는 듯하다.

스팀슨관은 연세대에 최초로 세워진 건물. 당시 언더우드 박사의 부탁에 따라 건축비를 기부한 미국인 찰스 스팀슨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 붙였다. 언더우드관은 언더우드를, 아펜젤러관은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를 기념하기 위한 건물.

●종교의 미학, 이화여대 파이퍼홀

이화여대의 파이퍼홀(본관)은 한국 여성 고등교육기관의 상징 같은 건물이다. 이 홀의 이름은 아펜젤러의 부탁을 받고 건물 신축에 12만5000달러의 거금을 쾌척한 파이퍼의 이름에서 따왔다. 석조 고딕 건물이며 1935년 준공되었다.

건물 앞쪽 위의 십자가 조각은 기독교 대학임을 상징한다. 이 건물은 다른 캠퍼스 근대건축물에 비해 화려한 편이다. 흔히 알려진 고딕성당의 높은 첨탑과 뾰족한 아치 대신 납작한 아치와 네모난 창호가 두드러진다. 파이퍼홀의 매력은 건물 외벽의 독특한 돌쌓기, 그리고 창문이다. 십자가 밑의 창을 여러 개로 나누어놓은 것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창문 안쪽은 ‘애다 기도실’. 건축 당시 졸업을 앞두고 결핵에 걸려 5년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친 김애다라는 학생을 추모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화려함과 경건함이 잘 조화를 이뤘고 근대기 기독교 정신이 배어 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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