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45>遂非文過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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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잘못을 알고 고치는 일은 쉽지 않다. 잘못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알 만한 지혜가 필요하고, 그것을 고칠 만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그렇지 않다.

‘遂非文過(수비문과)’라는 말이 있다. ‘遂’는 ‘이르다, 성취하다, 마치다, 끝내다’라는 뜻이다. ‘完遂(완수)’는 ‘모두 마치다, 모두 끝내다’라는 말이다. ‘遂’에는 ‘따르다, 순응하다, 맞추다’라는 뜻도 있다. ‘遂非文過’의 ‘遂’는 이런 뜻이다. ‘非’는 ‘아니다’라는 뜻인데, 이로부터 ‘나쁘다, 그르다’라는 뜻이 나왔다. ‘非行(비행)’은 ‘나쁜 행위’라는 말이다. ‘나쁘다, 그르다’라는 뜻으로부터 ‘허물, 잘못’이라는 뜻이 생겼다. 그러므로 ‘遂非’는 ‘잘못된 행위에 순응하다, 잘못된 행위에 맞추다’라는 말이 된다.

‘文’은 갑골문에서는 사람의 몸에 새겨 넣은 ‘文身(문신)’을 나타내는 글자였다. 이로 말미암아 ‘文’에는 ‘무늬, 채색, 얼룩, 결, 문신하다’라는 뜻이 생겼고, 이로부터 ‘수식하다, 꾸미다’라는 뜻이 나왔다. ‘過’는 ‘지나다’라는 뜻이다. ‘通過(통과)’는 ‘어느 곳을 관통하여 지나다’라는 말이고, ‘過客(과객)’은 ‘지나가는 손님’이라는 뜻이다. ‘지나다’라는 행위가, 지나서는 안 되는 어떤 기준점을 지나면 잘못된 행위가 된다. 이에 따라 ‘過’에는 ‘실수하다, 틀리다’라는 뜻이 생겼고, ‘허물, 과오’라는 뜻이 생겼다. 그러므로 ‘文過’는 ‘과오를 꾸미다’라는 말이 된다.

정리하면 ‘遂非文過’는 ‘잘못된 행위에 순응하여 과오를 꾸며댄다’라는 말이 된다. ‘잘못된 행위를 했으면 고쳐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행위에 순응하며, 그 과오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리저리 꾸며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과오를 ‘遂非文過’해도 안 되지만 윗사람의 과오를 ‘遂非文過’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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