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그린 수묵화… 사진작가 최영만 씨 개인전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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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의 자연을 찍었는데, 동양화 같다고 하네요. 오랫동안 카메라의 렌즈를 열어 찍은 하얀 눈이 여백으로 해석됩니다. 그런 해석을 보면 작품에 담긴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요.”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최영만(38) 씨가 국내에서 처음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2007년 1월 10∼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진선(02-723-3340).

그는 이번 전시에서 ‘마이 사일런스’(나의 침묵)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에게 침묵은 여백과 같은 뜻. 그는 “풍경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가 삶의 복잡한 상황을 넘기면서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보기 시작한 시기”라며 “입을 다물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침묵의 언어로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이 사일런스’ 시리즈 중에는 자연 풍경이지만 동양화의 난을 친 것 같은 작품도 있고, 서양화의 드로잉 같은 작품도 있다. 작품들은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 관객들에게 한발 뒤로 물러서 그냥 바라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는 1991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토론토로 이민갈 때까지 사진을 정규 과정에서 공부한 적이 없다. 1990년대 중반에서야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에서 학부 과정을 밟았고, 이후 토론토에서 패션 사진을 찍었다.

전시에 선보인 ‘파인 아트’ 계열의 작품은 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집 근처에서 하는 작은 비즈니스 덕분에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파인 아트에 몰두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토론토가 보수적인 분위기여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현지 작가들이 내 작품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자연 풍경을 찍어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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