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스타는 차범근"

  • 입력 2006년 11월 24일 14시 55분


역사학자인 강규형 교수는 소문난 클래식 마니아다.

그런 그에게 '내 맘속의 별'은 당연히 클래식 스타일 것으로 짐작했다. 강 교수는 처음엔 마리아 칼라스와 군돌라 야노비츠같은 소프라노 가수에 대한 열정을 말했다. 국내 인물에서 선정해달라는 취지를 듣고 지휘자 정명훈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떠올렸다. 클래식계 인물이 아니더라도 좋다고 하자 송창식과 '산울림'에 대한 열정도 말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강 교수는 "지금도 내 맘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진짜 스타는 차범근"이라고 털어놨다. 의외였다. 클래식 마니아 중 축구팬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차범근이라...

강 교수는 어릴 적부터 병약했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이라는 희귀 알레르기성 질환을 포함해 여러 질병을 안고 살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축구시합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그런 그에게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차범근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영웅이었다. 비록 차범근이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어쩌다 한번 TV에서 보여준 녹화중계는 모두 봤고, 국내 경기를 열릴 때면 거의 빠짐없이 동대문운동장을 찾았다고 한다.

"차범근 씨가 독일에서 넣은 98골이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은 하나도 없이 필드골 뿐인 거 아세요. 그만큼 스스로 뛰어다니며 골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훌륭한 선수입니다."

강 교수는 선수 차범근이 아니라 감독 차범근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것을 두고 "스타 선수 출신 중에 명감독이 된 경우가 드문데 특히 공격수 출신으로 명감독 반열에 오른 사람은 독일의 클린스만 정도"라며 "이를 감안하면 감독으로서 차 감독의 선전은 높이 평가해줄만 하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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