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하고 싶어 뛰어들었어요"… 독특한 '전문 출판사'

  • 입력 2006년 11월 22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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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를 휩쓰는 경제경영서 외에 요즘 주목받는 두 분야를 고르라면 장르문학과 여성 실용서다. 순수문학에 대비되는 판타지 무협 SF 로맨스 소설 등 장르문학은 세계 최고 수준인 온라인 게임 활성화에 힘입어 문화 콘텐츠의 엔진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 20,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서는 '여자생활백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떠오른 시장이다.

들썩거릴 법도 하건만 두 분야에서 순전히 취향에 의존해 전문출판사의 외길을 뚫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무협지나 여성 실용서를 펴내는 일을 '너무 하고 싶어' 뛰어들었다고 하면 고개가 갸웃해질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취향이 길을 만든다.

● 무협소설 전문 '로크 미디어'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인 로크미디어 이종주 대표(42)는 이 업계에서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경제학과 83학번인 그는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민청련 '민주화의 길' 편집장을 지냈고 '신문소프트' '어, 그래?'등의 베스트셀러를 직접 쓰거나 기획했다.

그런 그가 3년 전 무협, 판타지 소설 전문 출판을 시작할 때 주변에선 "왜 '저 아래 3류'로 가느냐"며 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잘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놓고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초등학교 때 '중원의 용쟁혈투'를 접한 뒤 강호의 세계에 푹 빠진 그는 대입 학력고사 전날까지도 무협지를 봤을 정도였다.

3년간 그가 펴낸 책은 '파황' 등 600여권. 10대 후반~20대 남성이 주 독자층이지만 최근 여성 독자, 작가도 느는 추세다. 인기 무협작가 좌백과 함께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한 무협 온라인 게임 '구룡쟁패'의 소설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게임, 영화에서는 이미 판타지가 주류이지만 장르문학은 아직도 도서대여점 위주로 유통되는 등 비주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장르문학이 국내에서도 인정받으려면 서사의 형식을 바꾸고 품질을 높여 사회적 이슈와 결합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고급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30 여성실용서 'M&K'

최근 '여자의 발견'을 낸 출판사 M&K는 '2030 여우들'을 타깃으로 한 전문 출판사다. 시작한지 1년 밖에 안됐고 펴낸 책도 4권뿐이지만 '여자의 발견' '꿈을 이뤄주는 자기 주문법' 등이 모두 1만부 넘게 팔려 꽤 순조롭게 출발했다.

'2030 여우들'을 겨냥한 전문 출판은 구모니카 (32) 대표가 자신의 고민에서 찾아낸 틈새였다. 23살에 방송AD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성월간지에서 8년간 기자로 근무한 그는 훤칠한 키와 이국적 외모 덕분에 패션모델로 무대에 서본 경력도 있다.

"정작 나는 소비를 조장하는 매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가 늘 고민이었어요. 나도 그렇고 주변에도 페미니스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속물도 아닌 여성들이 실제로는 다수인데, 잡지, 책 등의 매체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구요."

서른을 넘기면서 고민은 더 절실해졌다. "열심히 일해 전문가도 되고 싶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잘 안되고, 저출산을 우려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죄지은 심정이지만 속으로는 억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판사를 차려 여자 멘토북 시리즈를 기획했다. '여자의 발견'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영화 '연애의 목적' 시나리오를 쓴 작가 고윤희씨와 함께 '여자의 결혼'(가제)를 준비 중이다. 이후 '여자의 트라우마'등을 시리즈로 펴낼 예정이며 20, 30대 여성 팬이 유독 많은 가수 이상은 씨와 함께 준비하는 '아트 & 플레이'도 내년 초에 나온다.

구 대표는 "20,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책들이 최근 늘었지만 수요에 비해 아직도 부족하다"면서 "또래와 함께 나이 먹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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