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토크]와인을 다루는 비법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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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와인 경매에서 와인 한 병이 560만 원에 낙찰됐다. 20세기 최고의 와인으로 불리는 ‘1961년산 샤토 라투르’였다. 와인을 내놓은 수집가는 적어도 2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에서 와인은 짭짤한 돈벌이가 되는 수집품으로 통한다. 하지만 와인은 미술품, 시계, 보석 등 다른 수집품에 비해 까다로운 보관 문제를 해결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보관을 잘하면 최초 구입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지만 잘못하면 원금까지 모두 날릴 수 있다.

와인의 보관이 중요한 것은 와인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기 때문. 갓 태어나 풋풋한 와인은 거친 사춘기를 지나 성숙한 단계에 이른다. 그리고 쇠퇴해 부패하면서 와인의 삶을 마감한다.

최상의 맛을 내는 성숙한 상태로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선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최적의 온도는 섭씨 13도(화씨 55도). 저온에선 와인의 숙성이 지연된다. 고온이면 숙성이 촉진돼 조숙해진다. 사람으로 치면 조로 현상에 걸리는 것이다.

습도는 70∼80%로 유지해야 한다. 건조해지면 코르크가 말라 와인병 주둥이와 코르크 사이가 벌어지고, 공기 중 산소가 들어와 와인이 산화된다. 김치가 시어버리듯 와인도 상한다.

와인애호가들은 와인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 비싼 와인셀러(와인냉장고)를 구입한다. 하지만 보관하고 저장할 만한 와인은 전체 와인 중 5% 미만이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와인은 바로 마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도 보관해야 한다면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와인을 눕힌다. 서 있는 와인은 묘비처럼 그 맛이 죽어 있는 것들이 많다.

한 달 이내에 마실 와인이라면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무방하다. 레드와인은 냉장고에서 꺼낸 후 온도가 좀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마시고, 화이트와인은 바로 마셔도 괜찮다. 값비싼 고급 와인은 집에서 그냥 보관하기에 무리가 있으므로 단골 레스토랑의 와인셀러에 맡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나중에 그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음식을 음미하면서 소믈리에에게 한 잔 권해 보자. 그러면 당신은 최고의 손님이 될 것이다.

▽잠깐!=먹다 남은 와인은 코르크나 와인세이버로 병을 막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적어도 2, 3일은 마실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된다. 남은 와인을 375mL의 병에 부어서 마개를 꼭 닫은 채 보관하면 공기와의 접촉이 줄어들어 와인이 산화로 변질될 가능성을 낮춘다. 병의 빈 공간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나 탄산가스로 채우거나 병 안의 산소를 없애 진공으로 만드는 기구를 쓰면 질 좋은 상태로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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