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3년 영국 우편열차 습격사건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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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8월 8일 오후 영국 런던 서북쪽의 한 마을에 갑자기 20여 명의 떼강도가 들이닥쳤다.

이들이 노린 목표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런던의 유스턴으로 가는 우편열차를 멈춰 세우는 것. 이 열차의 우편주머니에 담겨 있는 70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훔치기 위해서다.

강도들은 사제신호기를 이용해 125년간 한 번도 중간에 멈춰 선 적이 없는 우편열차를 세웠다. 이들은 열차 앞의 2개 칸과 나머지 객차를 분리한 뒤 1마일가량을 달렸다.

잠시 후 열차에서 20개의 우편주머니를 대기시켜 놓은 트럭에 실었다. 그 당시 열차 안에 있던 우체국 직원 대부분은 강도가 침입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 20분 만에 끝난 전대미문의 열차강도 사건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영국 경시청은 비상이 걸렸다. 막대한 경찰력을 동원해 전과자를 분석하는 등 범인 잡기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4개월 만에 열차강도들을 모두 붙잡았다. 주모자들은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의 조사 결과 강도들은 열차의 신호 조작법을 상세하게 알고 있었고 전화선을 끊어 외부와 연락을 못하도록 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도들은 복면을 한 채 쇠파이프로 열차 운전자를 협박해 객차를 이동시켰다.

경찰은 이 사건이 내부의 도움 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며 수사를 계속했지만 그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노동당의 한 의원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 우편열차가 강도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사실상 열차강도사건을 방관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처럼 놀랄 만한 ‘대도(大盜)’ 사건은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1980년대 초 이른바 고위층의 집을 털어 세간의 화제가 됐던 조세형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훔친 물건의 일부로 가난한 사람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현대판 홍길동’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오랜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최근까지도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감방 신세를 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경제가 악화되고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강도 사건도 단순한 금품 탈취를 넘어 일가족을 살인하는 등 흉포화하고 있다.

정부가 치안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배고픈 민심’을 헤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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