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초여름밤 수놓는 가야금 선율

  • 입력 200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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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연의 가락은 화사하게 핀 꽃잎들이 맑은 시냇물에 떨어져 잔잔하게 떠가는 정경처럼 듣는 이를 도취시켰다.” (황병기·이화여대 명예교수)

1968년 우리나라 최초의 가야금 산조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로 지정됐던 성금연(1923∼1986) 명인. 그의 20주기를 맞아 한국을 대표하는 가야금주자 100명이 모여 성금연 명인을 함께 추모하는 무대를 연다. 7월 5일 오후 7시 반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리는 ‘성금연 AND’.

가야금 산조는 19세기 후반에 이뤄진 가야금 독주곡으로 즉흥적인 감정표현을 중시하는 음악. 1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가야금의 특성을 한껏 드러낸 음악형식으로 20세기 전반에는 쟁쟁한 명인들이 가야금 산조의 전성기를 이뤘다.

1923년 전남 담양의 국악인 집안에서 태어난 성금연 선생은 가야금 산조 전성기의 마지막 명인. 1950∼1960년대 대표적 가야금 산조로 자리매김한 그의 연주는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방방곡곡에서 인기를 끌었다. 또 성 명인은 1972년 국악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했고, 미국에서 음반을 녹음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금연의 연주를 라디오로 듣고는 명기(名器)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그는 방송국에 있는 줄도 끊어지고 안족도 변변치 않은 악기를 연주했다. 그는 줄이 끊어져도 다른 줄을 이용해 훌륭한 연주를 할 정도로 순발력과 즉흥성이 뛰어난 연주자였다.” (지순자·성 명인의 딸)

성 명인은 전통음악뿐 아니라 15현 가야금을 직접 고안해 ‘새가락 별곡’, ‘흥’, ‘꽃의 향기-향수’, ‘눈물이 진주라면’ 같은 창작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1974년에는 남편 지영희(국내 최초 ‘시나위’ 예능보유자, 경기무악의 대가) 명인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이주했다. 1980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먼 이국땅에서 고향을 그리며 만든 작품이 ‘눈물이 진주라면’과 ‘꽃의 향기-향수’였다.

서울 신촌의 산울림 소극장은 성 명인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인 1986년 마지막으로 귀국독주회를 열었던 곳. 임영웅 대표가 만든 이 극장은 한국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에서 국악기의 실음(實音)을 듣기에 좋아 개관 초 많은 국악인들이 연주했던 장소다.

이번 공연에서는 딸인 지순자 명인이 1시간에 이르는 ‘성금연 류 가야금 산조 전바탕’(장구 반주 강봉천)을 완주할 예정이다. 또한 성금연 명인에게 직접 가야금을 배운 이영희 국악협회 이사장, 이재숙 서울대 교수(성금연 류 가야금산조 최초 전바탕 악보화), 김승희 국악예고 교사, 김정자 서울대교수, 김해숙 한국산조학회 회장 등 경향 각지에 있는 가야금연주자 100인이 한자리에 모여 성금연 명인의 삶과 가야금 산조에 대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무료. 02-334-5915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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