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뿌리 읽기]<269>추(새 추)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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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는 부리와 머리, 날개와 발까지 갖추어진 새를 자세히 그렸다. ‘설문해자’에서는 ‘꼬리가 짧은 새를 추, 꼬리가 긴 새를 鳥(새 조)’라 했지만, 긴 꼬리를 가진 꿩(雉·치)에 추가 들었고, 꼬리가 짧은 학(鶴·학)이나 해오라기(鷺·로) 등에 鳥가 쓰인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또 鷄(계·닭 계)와 같이 둘이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형에 근거해 목이 잘록해 소리를 잘 내는 새가 鳥, 목이 짧아 잘 울지 못하는 새가 추라는 해석도 나왔다.

먼저, 새의 종류를 말한 것으로, 雀(참새 작)은 작은(小·소) 새(추)인 ‘참새’를, 雉는 그물이 아닌 화살(矢·시)로 잡을 만큼 큰 ‘꿩’을 말했다. 離(떼놓을 리)나 難(어려울 난)은 모두 새 이름이었으나 이후 가차된 글자들이다.

고대인들은 기러기(雁·안)를 인간(人·인)의 덕성을 갖춘 새(추)로 생각했고, 그 때문에 결혼의 상징물로 쓰기도 했다. 소리부로 쓰인 (엄,한)(기슭 엄)은 기러기가 둥지를 트는 바위 기슭을 상징하여 의미도 함께 가진다. 雁은 이후 ‘가짜’라는 뜻으로 가차되었는데, 돈을 위해 만든 ‘짝퉁’을 더욱 구체화하고자 貝(조개 패)를 더한 안(C·가짜 안)이 만들어졌다.

雅(메까마귀 아)는 원래 烏(까마귀 오)에 소리부인 牙(어금니 아)가 더해진 鴉(갈까마귀 아)와 같은 글자였다. 까마귀는 孝鳥(효조·효성스러운 새)라 불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름다운 성품을 지닌 새였기에 ‘고상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둘째, 새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稚(어릴 치)는 새(추)가 쪼아 먹길 좋아하는 곡식(禾·화)의 어린 ‘새싹’을 말한다. 進(나아갈 진)은 앞으로만 갈(착·착) 수 있는 새의 특성을 그렸고, 推(밀 추)도 앞으로 나아가도록(추) 손(手·수)으로 미는 것을 말한다.

또 새는 떼 지어 살길 좋아하는데, 나무(木·목) 위에 새(추)가 앉은 모습이 集(모일 집)이며, 옛날에는 D으로 쓰기도 했다. 雜(E·섞일 잡)은 원래 衣(옷 의)와 集으로 구성되어, 여러 색이 함께 모여(集) ‘뒤섞인’ 옷(衣)을 말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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