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66>門(문 문)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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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은 문짝(戶·호)이 두 개로 구성된 양쪽 문을 그렸는데, 갑골문에서는 문틀까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문은 벽이나 담으로 단절된 양쪽 공간이 서로 통하도록 만든 소통의 장치이다.

그래서 門은 소통에 그 주된 의미가 있지만 닫으면 단절되기에 단절의 뜻도 함께 가진다. 예컨대 闊(넓을 활)은 문(門)이란 모름지기 ‘넓게’ 트였을 때 살아있음(活·활)을 웅변해 준다. 이에 비해 閉(닫을 폐)는 문(門)에 빗장을 채운 모습인데,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외부세계와의 모든 교류를 단절해 버리는 것을 自閉(자폐)라 한다.

A(빗장 산)은 문에 빗장이 가로로 채워진 모습이며, 開(열 개)는 문빗장을 두 손(공·공)으로 여는 모습이고, 關(빗장 관)은 문빗장을 실(요·요)로 꽁꽁 묶어 놓은 모습이다. 闖(쑥 내밀 틈)은 말(馬·마)이 문을 나서는 모습을, 閃(번쩍할 섬)은 문 사이로 사람(人·인)이 언뜻 스치는 모습을, 閑(막을 한)은 문 사이에 나무(木 ·목)를 질러 울짱을 친 ‘마구간’을 그렸다.

이 밖에도 門은 사람이나 물건이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閱(검열할 열)은 관문(門)에서 드나드는 인력과 물자의 수량을 자세히 헤아림을 말하여 檢閱(검열)의 뜻이 나왔고, 다시 閱讀(열독)에서처럼 ‘훑어 살핌’을 뜻하게 되었다. 闡(열 천)은 사냥(單·단)이나 전쟁에 나갔던 군사가 들어올 때 문을 ‘활짝 열어’ 환영하는 모습이다.

나머지, 間(사이 간)은 원래 閒(틈 한·사이 간)으로 써 문(門) ‘틈’으로 스며드는 달빛(月·월)을 그렸는데, 이후 달빛이 햇빛(日·일)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다시 ‘사이’나 空間(공간)을, 다시 時間(시간)까지 뜻하게 되었다. 고대 중국인들은 시간을 공간 개념으로부터 파악한 경우가 자주 보이는데, 先(먼저 선)은 발(止·지)이 다른 사람(인·인)의 앞에 나간 모습을 그린 ‘앞’의 공간개념에서 시간개념으로, 後(뒤 후)는 발(치·치)이 실(요)로 묶인 사람이 길(척·척)을 가는 모습에서 ‘뒤처지다’와 ‘뒤’의 뜻이 나왔고 다시 시간개념으로 발전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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