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광표]‘유럽속의 한류’ 첫 장을 열다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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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가 내리던 21일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의 한 식당. 한국에서 온 몇몇 출판인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였다. 주제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대받은 올해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성과.

“주빈국 행사 개막 공연 ‘책을 위한 진연’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독일인이 보기에 다소 어렵고 지루하지 않았을까요.”

“주빈국관 디자인은 아주 좋았는데, 책이 너무 죽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미감이 다르니 현실적으로 모두를 충족시키긴 어려운 것 아닌가요.”

“대표작가 12인을 선정했는데 너무 나이 드신 분만 뽑은 것 아닌가요.”

“어차피 제한된 인원에 맞추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죠. 24명을 뽑았어도 아쉬웠을 겁니다.”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폐막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이번 행사에 정부지원금 120억 원을 포함해 150억 원가량을 썼다. 한국의 성적표에 대해 다양하고 때론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일회성 홍보에 그친다면 이번에 쌓아올린 성과마저 흐지부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한국작가 30여 명이 프랑크푸르트에 와 문학 낭독회 등을 했는데 앞으로는 번역 출판 등 실질적인 측면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주빈국 행사가 끝나면 2, 3년 뒤 그 나라에 노벨문학상이 돌아간다는 얘기를 너무 의식해선 곤란하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문화홍보 플랜을 짜야 한다는 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한 출판인은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인내심입니다. 문화 홍보라는 것이 어디 당장 효과가 나던가요. 그렇지만 꼭 해야 하고, 그래서 참고 기다리며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맥줏집을 나와 알테 오퍼 대극장 앞으로 향했다. 개막공연이 열렸던 곳이다. 3000여 관객의 박수 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마침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사물놀이를 연주하며 극장 앞 광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100여 명이 그 뒤를 따랐다. 모두 독일인이었다.<프랑크푸르트에서>

이광표 문화부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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