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 입력 2005년 6월 25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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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박성조 김규완 안지호 조하늘 허준영 임치호) 지음/304쪽·1만5000원·랜덤하우스중앙

교보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란에 ‘통일’을 쳐 넣었다. 526권. 목록을 훑어보니 낯이 뜨거워진다. 명색이 북한 담당이라면서 끝까지 읽은 책이 많지 않다.

통일·북한 관련 서적은 전문가가 낸 학술서적이나 개인 차원의 체험기, 주의·주장을 담은 게 대부분이다. 학술서는 지루하고, 나머지 책들은 제목부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통일문제는 그렇게 우리에게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본 주제이지만,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별로 없다.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는 통일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 책이다. 제목부터 자극적이지만, 책 내용도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인식의 오류를 깬다. 이 책은 통일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왔는지 깨닫게 해준다.

독일 통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한국이 지향해야 할 통일 방향을 제시하는 게 이 책의 기본 얼개다. 서독은 동독을 흡수통일한 후 천문학적인 비용을 동독 재건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때 세계 2위였던 국가경쟁력은 15위로 떨어졌고, 개인소득은 1만 달러 이상 감소했다. 더 심각한 것은 동서독인 사이의 감정의 골이 통일 전보다 더 깊어졌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제 “우리는 한 민족이 아니다”고 선언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 한국이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북한 주민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충고한다. 이를 위해 제시된 두 가지 분석틀이 흥미롭다. 독일 학자들이 개발한 분석틀을 이용해 저자들은 북한 노동력의 잠재력에 대한 남한의 장밋빛 기대와 환상을 깨뜨리고, 북한 주민이 통일 후 남한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파헤친다.

그래서 결론은? 한마디로 말하면 “민족을 잊어라(?)”다. 맹목적이고 감상적인 통일지상주의를 자제하고, 북한 주민과 사회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해야 독일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벼운 주제가 아니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에 무리가 없다. 통일운동에 투신한 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북한을 잘 알아야 운동의 결실도 더 커질 테니까. 누구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對北)정책의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허점들을 바로잡아줄 것이란 기대에서….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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