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일주/5월13일]춥고 배고프니 아름다움 모두 사라져…

  • 입력 2005년 5월 31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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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105일간의 유럽 10개국 일주’에 도전한 김대남(숭실대3)·이동원(한양대3)·정원제(경기대3)군.

이들이 두 번째 소식을 전해왔다. <편집자>

◎자전거 유럽일주 (이동구간 : Senlis→Compiegne→Noyon 이동거리 : 75km) 5월13일 금요일

전날 새 텐트에서 자기 전 비가 오는 날 텐트 속에 있으면 꽤나 아늑하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게 화근이었는지 아침에 빗소리에 잠에서 깬다. 유럽에 도착해 연일 화창한 날씨였는데 비가 오니 갈 길이 걱정이다.

서둘러 텐트를 접고 짐 정리를 마치니 할아버지가 오시며 커피를 권한다. 할아버지를 따라 들어간 방은 무척 아늑하고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할아버지 혼자 사는 집 같지 않게 매우 아기자기하다. 작은 응접실로 들어가니 따뜻한 커피와 바게트가 준비되어 있다. 연신 ‘메르씨(프랑스말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맛있게 먹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다행히 비도 어느 정도 그치고 배도 부른 게 오늘 하루도 순조로울 것 같다.

Senlis로 가는 길은 파리를 벗어날 때와 달리 무척 쉬웠다. 길게 뻗은 길을 따라 그냥 쭉 가기만 하면 되니 다른 길로 벗어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파리에서 구입한 지도에 캠핑장 표시가 없어 약간 불안할 뿐. 어제와 같은 행운이 또 다시 찾아오길 바란다.

▶ '자전거로 유럽일주' 화보

'자전거로 유럽일주' 둘째날 동영상

Senlis로 가는 중간 지점인 Compiegne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전화를 했다. 전화카드가 부족해 전화를 오래할 수가 없었다. 전화라도 하면 조금은 그리움이 덜 할 줄 알았는데 더욱 심해진다.

한참 자전거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인 Noyon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을 했다.

무척 친절한 Jacob

Noyon에서 근처 캠핑장을 알아봤지만 아무래도 이 근처엔 캠핑장이 없는 듯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영어를 잘 못한다. 한참을 물어봐 알아낸 사실이 Noyon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Caslles에 캠핑장이 하나 있단다. 배고프고 지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될 것 같다.

어제 자전거를 타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외치던 프랑스의 풍경이 이제 더 이상 아름답게 느껴지질 않는다. 점점 추워지고 지치기 시작 아무 생각 없이 어서 눕고 싶다.

오늘 역시 힘들게 찾아간 캠핑장은 굳게 닫혀있었다. 프랑스 지도를 구입하지 않은 것의 타격이 크다. 어제의 낭패로 오늘은 캠핑장을 물어볼 때마다 열었는지를 확인했건만 오늘도 역시 낭패다. 보통 유럽 캠핑장의 경우 4월부터 개장하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찾아가는 곳마다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는… (5월13일)

어쩔 수 없이 근처 호텔로 가보지만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어제 묵었던 신부님의 집이 무척이나 그립다.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릴없이 길가에 앉아 있을 때 인상 좋아 보이는 한 청년이 말을 건넨다. 다행히도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 우리의 사정을 얘기하며 하룻밤 재워주길 청하자 자신의 부모님 집을 소개시켜 준다. 축구장처럼 넓은 집이라고 자랑을 하며 친절하게도 자신의 차에 우리의 자전거를 실어준다.

청년의 이름은 Jacob이고 예전에 영국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단다.

밝은 미소가 무척 귀엽다. 가는 길에 보이는 몇몇 근사한 집이길 은근히 바랬지만 Jacob의 부모님 집은 축구장처럼 넓지도 근사하지도 않았다. 허나 잘 곳조차 없는 우리를 무척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식구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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