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한국 정치외교사 바로보기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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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제정치학은 구미(歐美) 국제정치학을 완제품으로 수입하거나, 아니면 수입 가공해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삶을 분석하려는 초보적 노력에 머물러 왔다.”

한국 국제정치학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외교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책 2권(사진)이 동시에 출간됐다. 한국국제정치학회 외교사분과위원회 소속 학자 13명이 필자로 참여한 ‘한국외교사와 국제정치학’(하영선 김영호 김명섭 공편)과 한국역사정치연구회 7명의 학자가 쓴 ‘사료로 본 한국의 정치와 외교: 1945∼1979’(김용직 편)이다.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1, 2권으로 출간된 이 책들은 한국 국제정치학의 문제가 ‘역사 없는 국제정치학’과 ‘이론 없는 한국외교사’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외교사와 국제정치학’은 구한말, 식민지시기, 냉전시기, 탈냉전시기까지의 한국외교사를 다루면서 냉엄한 국제질서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과 대응이 얼마나 적절했는지를 살폈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는 항상 국제정치 현장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냉철한 대외인식 부족과 국내 여론통합의 실패로 ‘하는’ 외교사가 아니라 ‘당하는’ 외교사로 점철됐다. 이러한 점에서 행위자와 구조의 상호관계를 통해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구성주의 이론을 남북관계사에 접목시킨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의 글은 역사와 이론의 접목으로 눈길을 끈다.

‘사료로 본 한국의 정치와 외교: 1945∼1979’는 광복 이후 박정희 정부까지 한국 정치외교사의 주요사료를 전통주의와 수정주의를 모두 벗어난 탈냉전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했다. 이 책은 박정희 정부의 베트남전 파병이 한미관계를 일방적 관계에서 상호적 관계로 변화시키면서 박정희의 권력기반을 강화시켜줬지만, 유신체제의 등장은 한미관계를 다시 극단적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다고 분석하는 등 정치사와 외교사를 통합적으로 다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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