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된장 현우 ‘하버드 충돌’ 버터 알렉스

  • 입력 2004년 12월 2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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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사진제공 SBS
김래원 -사진제공 SBS
○김현우 vs 알렉스 홍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들의 생활과 사랑을 다룬 SBS 월화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김현우(김래원)와 알렉스 홍(이정진)의 성격과 가치관의 대립이 갈등의 한 축을 이룬다.

현우는 한국에서 법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한 유학생. 알렉스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뉴욕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현우는 감정이 앞서고 “왜?”라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답하는 인물. 반면 알렉스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는 움직이지 않고 룰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다. 극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계속 깊어진다.

이정진 -사진제공 SBS

○첫 수업부터 망신당한 현우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젖은 현우. 첫 수업 시간부터 망신당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은 사람?”이라는 교수의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을 들자 현우도 눈치 보다가 손을 든다. 그러나 교수의 구체적인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얼버무린다.

반면 알렉스의 발표력은 뛰어나다.

“모어는 잔혹한 형사법규와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비판하고 대부분의 국제법이 진부하다고 주장했으며….”

두 번째 수업 시간. 현우는 밤새 준비한 과제물을 발표하지만 교수는 “퀼트(Quilt·누비이불)에 취미가 있느냐”며 빈정댄다.

“여러 의견을 짜깁기했는데 독창적 의견은 몇 퍼센트나 되나. 미스터 홍은 저 무지한 학생에게 리포트 쓰는 법을 가르쳐주게.”

현우를 한심하다는 듯 보던 알렉스.

“인용 부호나 주석도 없이 한 문장에 6단어 이상 베끼면 표절로 간주돼 퇴학 처리될 수도 있다.”

학기 초반부터 망신을 당한 현우. 그에게 하버드대 로스쿨의 수업은 산 넘어 산이다. 그러나 그는 절치부심 끝에 이곳의 수업에 적응한다.

○법 vs 도덕

현우와 알렉스의 서로 다른 가치관은 하버드대 메디컬 스쿨 학생인 이수인(김태희)의 불법 의료행위 사건에서도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스테이크를 먹다 숨이 멎은 사람을 본 수인.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환자의 목숨이 위험하다. 그러나 면허도 없이 의료 시술을 하면 처벌받는다. 환자의 목숨을 구하려면 법을 어겨야 하고, 법을 지키려면 환자의 위기를 외면해야 하는 딜레마.

수인과 함께 있던 알렉스는 “의사 면허 없는 의료 행위는 불법”이라며 말리지만 현우는 “일단 환자를 살리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수인은 브랜디로 소독한 칼과 볼펜대로 불법 시술을 하고 학교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깨어난 환자는 후유증으로 손이 마비되자 수인과 하버드대 메디컬 스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수인을 위로하는 두 사람의 방식도 다르다. 현우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거잖아” 하며 김치찌개를 끓여주지만, 알렉스는 냉정하게 유리한 판례를 찾아 나선다.

최완규 작가는 “현우가 한국적 온정주의로 서구의 합리주의를 이겨나가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라며 “무대가 한국으로 바뀌는 드라마 후반부에서 두 사람은 각각 사회적 약자와 다국적 기업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로 다시 만나 또 다른 가치관 대결을 벌인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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