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원로 정의채신부 쓴소리 “사제들 정권과 결탁말라”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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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계의 원로 정의채 신부.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톨릭 교계의 원로 정의채 신부.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제들은 어떤 정권에든 교회의 가르침과 복음적 정신에서 시시비비를 말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사제들이 정치권력과 결탁되었다는 비난은 군사정권시대에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있다.”

가톨릭 교계의 원로인 정의채 신부(79·서강대 석좌교수)가 교계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정 신부는 지난달 22일 경기 양주시 한마음수련원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사제대표 연수회 기조강연을 통해 가톨릭이 당면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이 연수에는 교구장인 정진석 대주교와 주교단, 교구청 국장단 등 서울대교구의 핵심인사 48명이 참석해 정 신부의 강연을 듣고 2박3일 동안 실천방안을 논의했다.

정 신부는 우선 사제들끼리 서로 반목하고 하나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입장차이 등에 따른 내부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신부는 “사제들은 교구청으로부터 마음이 떠나 있지 않나 생각된다”면서 “교구장이 집무실의 문턱을 낮추고 발로 뛰어 사제들을 만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젊은 사제들은 나이 많은 사제들을 존중하고, 나이 든 사제들은 스스로 은퇴해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이어 “서울대교구는 지금 공룡처럼 덩치는 커졌지만 속으로는 공동화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 뒤 인사 재정 등을 투명하게 해서 사제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공정한 인사를 통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또 사제들도 지도부 탓만 하며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기도와 희생, 미사봉헌 등 사목활동에 충실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교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청소년사목 활성화를 꼽았다. 그는 “18∼30세 젊은이의 46%가 개신교, 33%가 불교도인 데 비해 가톨릭은 19%뿐이라는 조사가 있다”면서 하루빨리 교구청에 청소년국을 신설해 사이버선교 등 청소년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이와 함께 명동성당과, 가톨릭대와 주교관이 있는 혜화동 지역의 연계개발을 통해 종교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수회 참석자들은 성직자-수도자-평신도가 고루 참여하는 사목평의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정 신부의 비판과 제안을 적극 수용해 나가기로 했다. 또 서울대교구 시노드 사무국은 정 신부의 강연내용을 성직자나 평신도들이 널리 볼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www.synod.or.kr)에 올렸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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