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계의 원로인 정의채 신부(79·서강대 석좌교수)가 교계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정 신부는 지난달 22일 경기 양주시 한마음수련원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사제대표 연수회 기조강연을 통해 가톨릭이 당면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이 연수에는 교구장인 정진석 대주교와 주교단, 교구청 국장단 등 서울대교구의 핵심인사 48명이 참석해 정 신부의 강연을 듣고 2박3일 동안 실천방안을 논의했다.
정 신부는 우선 사제들끼리 서로 반목하고 하나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입장차이 등에 따른 내부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신부는 “사제들은 교구청으로부터 마음이 떠나 있지 않나 생각된다”면서 “교구장이 집무실의 문턱을 낮추고 발로 뛰어 사제들을 만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젊은 사제들은 나이 많은 사제들을 존중하고, 나이 든 사제들은 스스로 은퇴해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이어 “서울대교구는 지금 공룡처럼 덩치는 커졌지만 속으로는 공동화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 뒤 인사 재정 등을 투명하게 해서 사제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공정한 인사를 통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또 사제들도 지도부 탓만 하며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기도와 희생, 미사봉헌 등 사목활동에 충실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교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청소년사목 활성화를 꼽았다. 그는 “18∼30세 젊은이의 46%가 개신교, 33%가 불교도인 데 비해 가톨릭은 19%뿐이라는 조사가 있다”면서 하루빨리 교구청에 청소년국을 신설해 사이버선교 등 청소년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이와 함께 명동성당과, 가톨릭대와 주교관이 있는 혜화동 지역의 연계개발을 통해 종교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수회 참석자들은 성직자-수도자-평신도가 고루 참여하는 사목평의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정 신부의 비판과 제안을 적극 수용해 나가기로 했다. 또 서울대교구 시노드 사무국은 정 신부의 강연내용을 성직자나 평신도들이 널리 볼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www.synod.or.kr)에 올렸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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