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회 교수들 “PD제작 시사프로 편향적”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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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제작하는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이 검증보다 주장을 앞세워 공정성을 잃고 정치적 선전방송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사 프로그램은 또 관련 당사자들을 약자와 강자 등으로 구분해 시청자들이 약자의 편을 들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영철(尹榮喆)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전환기의 한국형 방송 저널리즘’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TV 저널리즘의 변화와 방송의 공정성’이란 논문을 통해 “최근 TV 저널리즘은 객관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주의와 주장을 강력히 표출해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주창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언론학회와 KBS가 공동주최 한다.

윤 교수는 ‘주창 저널리즘’은 이념적 지향을 강조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세우는 것으로 뉴스 프로그램보다 PD가 제작하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이 같은 ‘PD 저널리즘’의 프로그램으로는 KBS ‘추적 60분’ ‘한국사회를 말한다’ ‘인물현대사’, MBC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이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는 “시사 프로그램 PD는 각종 정보를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강조와 과장을 동반하고 당사자들을 강자와 약자, 영웅과 악한,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해 시청자들이 약자의 편을 들도록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PD 저널리즘의 약자 변론 사례로 지난해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논란을 불러온 재독학자 송두율씨를 두둔한 KBS1 TV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꼽았다. 송씨 관련 프로그램들은 KBS 내부에서도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또 “사회 전반적 의견이 대립돼 있는데도, 개별 프로그램들은 한쪽 방향으로 편향돼 있으며, 프로그램들간에도 의견이 다양하지 않고 한쪽으로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시대정신이 대립 경쟁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은 자신이 주장하는 시대정신의 ‘우월성’과 ‘무오류성’을 단정하고 ‘역사의 심판관’을 자처할 게 아니라, 여러 시대정신이 검증받을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영재(崔英宰)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논문 ‘언론 공정성의 구성과 실천’에서 올해 초 탄핵과 총선 정국에서 제기됐던 방송의 편파 시비를 거론한 뒤 “언론의 공정성에 관한 논쟁이 학자들의 비방전과 방송위원회의 직무 유기로 생산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방송에 더욱 엄격한 공정보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언론이 논쟁적 사안에 대해 주관적 판단을 내린 뒤 어느 한편을 비방하면 여론의 소통은 차단되고 언론은 불공정 시비에 휘말려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신문법(가칭)에 대해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으며 이것으로 소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편집권 독립의 구체적 내용들도 노사협약을 통해 확보되는 것으로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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