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구려 이어 고려 역사까지 넘보는 중국

  • 입력 2004년 8월 20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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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 왜곡이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적 연관성을 부정하는 단계까지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고구려는 고(高)씨가 시조인데 고려는 왕(王)씨가 세웠고, 고려 태조 왕건 또한 낙랑군 출신의 한인(漢人)이기 때문에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마디로 역사가 아니라 날조다. 요(遼)나라 대군이 침입했을 당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서희는 고려가 고구려의 계승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고려가 발해 유민(遺民)을 적극적으로 받아준 것도 고구려의 후예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역사 5000년 가운데 고조선 고구려 발해사 3000년을 이미 자국사로 편입시켰고, 이제 474년의 고려사마저 강탈해 갈 태세다. 이런 추세라면 조공(朝貢) 책봉(冊封)을 내세워 518년의 조선사마저 가져가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독자적 한국사는 일제 식민치하 36년을 제외한 반세기 역사에 그치게 된다. 세계의 중심 국가임을 자부하면서 2008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해 놓고 있는 중국의 역사 인식과 세계사적 안목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반만년 역사가 반세기 역사로 토막 나고 있는 이 시각에도 우리 정치권은 ‘과거사 내전(內戰)’으로 영일(寧日)이 없다. 중국이 훗날의 원대한 정치적 목표를 위해 용의주도하게 역사 왜곡 작업을 추진해 온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데도 죽자 사자 ‘친일-부역’ 논쟁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통째로 중국에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다. 미온적인 대응으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눈을 밖으로 돌려 역사에 죄과를 남기는 일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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