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독립운동가 '성향분석' 감시

  • 입력 2004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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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검찰이 1935∼1936년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한국인과 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조사한 기록이 새로 발굴됐다.

신국주(申國柱) 전 동국대 총장은 13일 일본 사법성 형사국이 1936년 발간한 ‘사상연구자료’ 특집 제25호 원문을 공개했다. 신 전 총장이 소장하고 있던 이 책 표지에는 ‘극비(極秘)’ 표시와 취급주의라는 경고문 아래 409라는 일련번호가 찍혀 있다.

이 책자는 일본 도쿄형사지방재판소 구리야 시로(栗谷四郞) 검사 등 3명이 중국 현지로 파견돼 상하이(上海) 일본 영사관내 고등국 형사 12명을 지휘해 중국내 독립운동단체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 성향을 분석한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 200여명에 대해 본명과 별명, 나이, 본적, 정치 성향, 인상착의를 자세히 기록해둔 것이 눈에 띈다.

백범 김구(白凡 金九)에 대해선 5척5촌의 키에 얼굴이 둥글고 눈은 중간 크기, 입은 크고 얼굴에 얇게 얽은 자국이 있다고 묘사했다. 김규식(金奎植)에 대해선 5척4촌의 키에 안색이 검고, 얼굴이 길고 눈썹이 짙으며 윗니에 금니를 해 넣었다는 설명까지 들어 있다. 좌익계인 의열단과 조선민족혁명당 등을 이끌다 광복 후 북한을 택한 김두봉(金枓奉) 김원봉(金元鳳)에 대해선 정치 성향을 무정부주의자와 민족주의자라고 평한 점도 눈에 띈다.

신 전 총장은 “이 자료는 일본이 얼마나 철저하게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했는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임경석(林京錫·한국근현대사)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 내 독립운동가들을 망라한 특집편인 제25호는 국내에는 공개된 적이 없어 독립운동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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