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컬렉터]<4>민화-부적 수집 윤열수씨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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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민화 컬렉터 윤열수씨. 평생 모은 1500여점의 수집품을 중심으로 2년 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집에 ‘가회박물관’을 세웠다. 윤씨는 다양한 부적 목판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부적을 찍어 주기도 한다.-허문명기자
부적 민화 컬렉터 윤열수씨. 평생 모은 1500여점의 수집품을 중심으로 2년 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집에 ‘가회박물관’을 세웠다. 윤씨는 다양한 부적 목판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부적을 찍어 주기도 한다.-허문명기자
윤열수씨(57)는 민화와 부적을 모은다. 초등학교 때부터 광적인 우표수집가였던 그는 고교시절까지 모았던 우표를 모두 도둑맞은 뒤부터 ‘남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 흔한 것을 모아야 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다 결론을 낸 게 부적.

전북 남원이 고향인 그는 집집마다 벽에 붙어 있는 부적이야말로 수집품으로는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우표 수집할 때도 욕심나는 것이 있으면 주먹질을 해서라도 챙겼다는 그의 수집욕은 부적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대부분은 구입한 것이지만 때로는 남의 집에 붙어 있는 부적을 몰래 떼어내 나오다 줄행랑을 치기 수차례였다. 어떤 집주인은 그의 열정에 반해 직접 떼어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처음엔 단지 수집의 대상이었지만 차츰 사랑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호랑이 닭 개 해태 같은 동물 문양을 사용한 조선시대 부적들은 미학적으로도 아름답지만 당시 민중의 삶을 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조선시대 민초들의 조형미와 인생관을 부적을 통해 발견한 윤씨는 자연히 민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선조들의 혼이 표현된 문화유산인 민화엔 비록 생활은 피폐했을지라도 내면에 미소와 여유가 가득했던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의 수집열은 삶의 진로까지 바꿨다. 전공인 영문학과는 상관없이 1970년대 ‘민화 수집가’로 유명했던 고 조자룡씨가 운영한 에밀레박물관에 취직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불교미술, 사학,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한국의 무신도’ ‘민화이야기’ 등의 저술은 만학(晩學)의 결과였다. 윤씨는 현재 민학회 회장이면서 문화관광부 문화재전문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2년 전 평생 모은 1500여점의 수집품을 중심으로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집에 ‘가회박물관’(02-741-0466)을 세웠다. 서울시로부터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이 집은 40여평의 대지에 자리 잡은 ‘ㄱ’자형 한옥 전시실이다. 15평 규모의 안방 전시실에 천장까지 빼곡하게 민화와 부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민화는 그리는 사람이 기교나 가식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그렸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도 평안을 준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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