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기록사진 5만점… ‘마산시 기네스북’오른 김행자씨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49분


40년간 셔터를 눌러 온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행자씨. 그는 “바람처럼 스쳐 가는 우리의 삶을 사진만큼 정직하게 남기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마산=연합
40년간 셔터를 눌러 온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행자씨. 그는 “바람처럼 스쳐 가는 우리의 삶을 사진만큼 정직하게 남기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마산=연합
“시험 끝나면 카메라 둘러메고 또 나서야지.”

사진의 매력에 끌려 40년 가까이 셔터를 눌러 온 ‘사진광(狂)’ 김행자(金幸子·62·경남 마산시 봉암동)씨는 “중간고사 준비로 카메라를 잠시 놓고 지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1학년인 김씨는 최근 마산시가 뽑은 ‘기네스북 내가 최고’에 사진 최다 보유자로 선정됐다.

그가 갖고 있는 사진은 5만점을 훨씬 웃돈다. 남편과 사는 소형아파트에는 앨범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릴 적부터 남달리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가 본격적으로 촬영에 나선 것은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 근무하던 20대 초반 무렵.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동생에게서 당시로서는 구하기 어려웠던 일제 캐논 카메라를 선물 받으면서부터다.

카메라를 손에 넣은 김씨는 결혼 이후에도 자녀의 성장과정은 물론 학교행사와 집안의 경조사를 빠짐없이 담으며 ‘끼’를 발산했다. 또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와 전시회, 패션쇼 등을 쫓아다니며 앵글을 맞췄다.

50대 후반부터는 불교에 심취해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 유명 사찰을 찾아 신도들의 수련 모습도 기록으로 남겼다. 마음에 드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한자리에서 10통 가까운 필름을 써버릴 때도 있었다.

남편은 “돈도 되지 않는 일에 왜 빠져 있느냐”고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초등학생 외손녀를 둔 김씨는 2002년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문대 창작문예과를 거쳐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육신도 중요하지만 정신을 더 살찌워야 한다는 소신 때문.

그는 “기록사진은 멋있게 찍기보다 얼마나 핵심적인 내용을 담느냐에 생명력이 달려 있다”며 “바람처럼 스쳐가는 우리의 삶을 사진만큼 정직하게 남기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몇 년 전 희귀 기록사진 30여점을 마산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싶다”며 “‘현업’에서 은퇴하면 사진을 분야별로 정리해 기증하고, 그동안의 느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책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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