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37>식목(植木)과 한식(寒食)

  • 입력 2004년 4월 6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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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은 植木日과 寒食이 겹친 날이었다. 寒食은 춘추시대 晉(진)나라의 충신 介子推(개자추)가 불에 타 죽은 것을 애도하기 위해 불을 피워 요리를 하지 않고 식은 음식을 먹은 데에서 유래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寒食 전후해서 나무를 심었지만 요즘은 지구 온난화로 植木日을 寒食 앞으로 당겨야 할 것 같다.

植은 木과 直으로 이뤄졌는데, 直은 소리부와 의미부를 겸하고 있다. 나무(木)를 심을 때에는 곧바르게(直)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直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눈(目)과 세로선(곤)으로 이뤄졌는데, 여기서의 세로선은 눈으로 전방의 물체를 본다는 의미를 갖는다. 금문 단계에서는 보는 대상을 더욱 구체화하고자 세로선에 점이 더해졌고 다시 가로획으로 변했다. 게다가 사방으로 난 길을 그린 行(갈 행)의 줄임 형태인 척(자축거릴 척)이 더해졌고 형태가 조금 변해 지금처럼 됐다. 그래서 直은 ‘사방으로 난 길(척)에서 눈(目)을 들어 똑바로(곤) 본다’는 뜻에서 ‘곧다’는 의미가 생겼다.

寒은 금문에서 집(면) 안에 사람(人)이 있고 집안 곳곳을 짚단으로 둘러놓았으나 얼음(빙)이 언 모습을 그려 ‘추위’를 나타냈다고 한 적이 있다(제2회).

食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아랫부분은 음식을 담은 그릇을, 윗부분은 뚜껑을 각각 그렸고, 뿜어져 나오는 김이 생동적으로 묘사되었다.

食에서 뚜껑이 없으면 艮(견고할 간)이 되어, 食器(식기)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食器와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절·절)을 그린 것이 卽이다. 卽은 사람이 밥상 앞에 앉아 ‘막’ 식사를 하려는 모습이다. 卽에서 머리를 뒤로 홱 돌려놓은 모습이 旣이다. 머리를 돌려놓은 것으로 식사가 ‘이미’ 끝났음을 표현했다.

食器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으면 鄕(시골 향)과 卿(벼슬 경)이 된다. 鄕은 원래 ‘식사를 대접하다’는 뜻이었으나 ‘시골’이라는 의미로 가차된 뒤 다시 食을 더해 饗(대접할 향)으로 분화했다. 卿은 주인과 손님이 마주앉아 함께 식사하는 모습에서 ‘손님’이라는 뜻이 나왔고, 다시 ‘벼슬아치’라는 뜻으로 확장됐으며 남에 대한 존칭으로도 사용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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