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36>예(豫)와 비(備)

  • 입력 2004년 4월 1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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豫備란 미리 준비한다는 뜻이다. 豫는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의미부인 象(코끼리 상)과 소리부인 予가 결합해, 큰 코끼리를 뜻했다. 코끼리는 의심이 많은 동물이어서 행동 전에 반드시 먼저 생각을 해 본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豫想(예상)하다는 뜻이 생겼다. 코끼리는 또 몸집이 큰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 그래서 관대하고 여유롭다는 뜻도 나왔다. 逸豫(일예·편안함)가 그런 뜻이다.

지금의 허난성을 줄여서 豫라 부르고, 그곳의 상징 동물도 코끼리이다. 허난성의 省都(성도)인 鄭州(정주)를 가보면 곳곳에 코끼리로 만든 상징물이 있다. 그것은 상나라가 그곳에 근거를 두었고, 당시만 해도 코끼리가 군집을 이루어 살았기 때문이다.

予는 베틀의 북 끝이 서로 교차되어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한쪽 북에는 실이 달려 있다. 북은 베를 짤 때 날실의 틈 사이로 오가게 하며 씨실을 풀어 주는 장치로 배처럼 생긴 나무통을 말한다.

북을 오가게 하면서 베를 짠다는 뜻으로부터 予는 베틀의 북 외에 ‘밀다’와 ‘밀어 주다’는 뜻이 생겼다. 그리고 밀어주는 쪽이 ‘자기’ 쪽을 뜻하여 1인칭 대명사로도 쓰였다. 그러자 북을 나타낼 때에는 木(나무 목)을 더하여 저로 분화하였다.

따라서 손(手·수)으로 풀어내는(予) 것이 抒이며, 抒情(서정)은 마음속의 情緖(정서)를 풀어낸다는 뜻이다. 序는 나란히 늘어선(予) 집(엄·엄)을 뜻한다. 원래 序는 동서로 늘어선 廂(상·집의 주체가 되는 간의 양쪽으로 늘어선 간살)을 지칭했으나, 本堂(본당)과 廂房(상방)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는 의미로부터 順序(순서)나 序列(서열) 등의 뜻이 생겼다.

備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화살 통에 화살을 넣어 놓은 모습을 그렸다. 防禦(방어)를 위해 무기를 잘 準備(준비)해 놓은 모습이다. 準備란 규정에 맞도록 정확하게(準·준) 對備(대비)한다는 뜻이다. 이후 準備의 주체인 人(사람 인)이 더해져 지금처럼 되었다. ‘설문해자’에서 備를 설명하면서 “사람은 언제나 勤愼(근신)해야 한다”고 했다. 언제나 삼가고 조심하면서 미래를 對備하고 準備해야 함을 경계했던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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