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가상현실까지' 21C 화가 멀티미디어 날개 달다

  • 입력 2004년 2월 27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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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예술가들에게 수단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낼 수 있도록 해준다. 2003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멀티스크린 쇼를 감상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멀티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예술가들에게 수단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낼 수 있도록 해준다. 2003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멀티스크린 쇼를 감상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멀티미디어:바그너에서 가상현실까지/랜덜 패커·켄 조던 엮음 아트센터 나비 학예연구실 옮김/615쪽 2만5000원 나비프레스

미디어 아티스트 린 허쉬만은 BC, AD를 기원전, 기원후가 아닌 자신의 예술작품에 컴퓨터가 사용되기 전(Before Computer) 시기와 사용된 후인 디지털 이후(After Digital)를 지칭하는 약자로 사용한다. 이런 사람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컴퓨터로 대표되는 이른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예술가의 표현영역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새로운 매체의 발전 덕분에 스스로 빛을 발하는 소재의 조작이 예술가의 능력 목록에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빛과 공간에 이어 시간이라는 요소가 화가의 팔레트에 올랐다. 심지어 머금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어떤 관객을 만나 어떻게 털어놓을지를 작가 자신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예술 생명체까지 탄생했다.

디지털 미디어와 멀티미디어의 개척자 두 사람이 엮은 이 책은 통합, 상호 작용성, 하이퍼미디어, 서사성 등 멀티미디어가 갖는 대표적 특징 별로 문제의 발상과 이로부터 가능한 상상 및 창작 활동의 모색, 사회현상으로의 투영 등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특히 공학자와 예술가의 글을 나란히 실어 생각의 조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공학자 앨런 케이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관찰한 데서 많은 영감을 얻은 심리학자 장 피아제의 발달이론이 어떻게 학습과 발달을 반영한 컴퓨터 언어의 창작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생각들의 근간이 되는지를 기술했다.

예술가 로이 에스코트는 행동주의 예술정신에 입각해 상호작용성과 사용자의 참여를 포함한 현대예술의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인터페이스를 바라봤다.

기술과 예술의 밀월의 기원은 인류 최초의 회화라고 일컬어지는 라스코 동굴 벽화 시대까지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 동굴 사람들이 갈망해 마지않던 제약 없는 빛과 시간의 표현 수단은 현대의 디지털 멀티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이제서야 조금씩 예술가들의 손에 쥐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새 장을 열고 예술가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치열한 창작과 예술 활동이야말로 인류가 더 풍요롭게 그리고 오래 살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기술의 발전 또한 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멀티미디어나 신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들은 대부분의 경우 단종된 컴퓨터 매뉴얼을 보는 듯한 어색한 느낌을 주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편집자들은 멀티미디어의 다양한 측면을 미래지향적 시각과 고전의 균형이 잘 잡힌 에세이집으로 엮어냈다. 책에 소개된 내용과 기록들을 하이퍼텍스트와 멀티미디어로 제공하는 웹사이트(www.artmuseum.net)는 책읽기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윤송이 SK텔레콤 CI 사업 추진팀장·이학박사 sy@media.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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