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귀국독주회 앞둔 피아니스트 임동혁 "내 음악 할 것"

  • 입력 2004년 2월 9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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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동혁(20). 이제 그에겐 ‘신동’이라는 수식어보다 ‘젊은 대가’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2001년 롱티보 콩쿠르 우승 이후 지난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등 입상거부로 국제 음악계에 충격파를 던졌던 그는 오늘날 세계적 음반사 EMI의 간판스타로 우뚝 서 있다.

최근 2집 앨범을 내놓고, 15일(부산) 21일(서울) 내한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그의 독일 하노버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반갑습니다. ‘모스크바의 임동혁’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독일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낯설 텐데요.

“모스크바 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하노버 음대에 입학하면서 온 가족이 이사했습니다.”

―일과를 소개한다면….

“하노버 중심가에서는 좀 떨어진 시골이에요. 연습 이외에는 자전거를 타고 전원을 돌아다니거나 ‘골드 리트리버’ 종인 맥(애견)을 데리고 산책하기도 해요. 낮잠도 거르지 않습니다.”

―너무 말랐다는 평이 있는데, 낮잠은 체중을 늘리는 데도 좋다고 들었는데요.

“팔 힘을 좋게 하기 위해 체중을 늘려보려고 단것도 많이 먹으며 애 썼는데, 금방 다시 빠지더라고요.”(그의 체격은 키 175cm, 몸무게 51kg)

지난해 그가 콩쿠르 입상을 거부했을 때 일각에서는 ‘오만하다’ ‘국내 음악도들의 해외 콩쿠르 도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거듭 밝히고 싶은 것은, 제가 1등이나 2등을 못했다고 해서 수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10등도 아까울 연주자가 2등을 했다는 사실을 승복할 수 없었다는 거죠. 콩쿠르는 시상식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수상자 연주회를 계속하면서 2등 입상자와 동행해야 합니다. 승복하기엔 마음만 힘들고 의미 없는 일이라고 느꼈어요.”

이어 그는 “불공정한 결정에 말없이 따르는 것이 진정 우리나라의 음악적 위상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라는 한마디를 보탰다.

음반으로 화제를 옮겨보았다. 그는 새 음반을 쇼팽 곡으로만 장식했다.

“좋아하고, 내게 맞는 작곡가라서 쇼팽을 선택했죠. 지난해 8월 영국 런던에서 녹음했는데 50년 만의 혹서를 맞아 땀을 흠뻑 흘리며 고생도 했지만, 편집된 음반을 들어보니 대체로 만족해요. 다음 앨범은 협주곡 음반이 될 겁니다. 라흐마니노프 등을 놓고 선택에 고심 중이에요.”

이번 콘서트에서 그는 쇼팽 소나타 2번과 새 음반에 실린 ‘3개의 마주르카’ 등을 연주한다. 서울 공연 21일 오후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부산 공연 15일 오후 7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3만∼5만원. 02-751-9606∼10(서울) 051-746-6893(부산)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새음반은▼

임동혁의 쇼팽 연주를 들을 때면 ‘찬 물에 머리를 헹구고 난’ 것 같은 산뜻한 각성(覺醒)의 느낌이 든다. 소나타 3번 b단조, 녹턴 E플랫장조, 즉흥환상곡 c샤프단조,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대(大)폴로네이즈’ 등을 실은 새 음반(EMI·사진)도 마찬가지다.

이 음반에서 임동혁은 결코 루바토(왼손의 자유로운 리듬 표현)를 남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감상적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살짝 속도를 늦출 만한 대목도 그는 유유히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이런 ‘태연한’ 표정 속에 그는 윙크를 하듯, 빛나는 부분들을 숨겨둔다.

유연한 페달 사용과 반짝반짝 이(齒)가 고른 듯한 타건(打鍵). 그는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적이고 이지(理智)로 빛나는 쇼팽을 들려준다. 소나타 3번 마지막 악장의 질풍 같은 마무리 부분에서조차 그는 힘을 남용하지 않는다. 건조해 보이는 표면을 들춰내면 수많은 감성의 광맥을 발견하게 되는, 연주자의 ‘꾀’가 많이 엿보이는 음반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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