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加 오페라 아틀리에의 ‘돈조반니’ 내한공연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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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시대와 일정한 거리두기"

加 오페라 아틀리에의 '돈조반니' 내한공연 評

"박물관의 복제품을 만들 듯이 옛 스타일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이 창작됐던 당시의 정신으로 돌아가 그 바탕에서 작품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반니' 내한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오페라 아틀리에' 연출가 마샬 핀코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 첫 공연(25일 예술의 전당)을 본 뒤 여러 의문이 풀리지 않을 뻔 했다. 이 팀의 '돈조반니'는 모차르트 시대정신의 복원만을 염두에 두지는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막 '돈조반니와 석상의 대화'와 '돈 조반니의 지옥행' 장면에서 석상의 목소리와 합창은 확성장치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 점은 모차르트 시대의 무대에 대한 의식적인 '거리두기'에 가까웠다. 돈조반니의 성에서 열린 농민들의 연회 장면에서 악사들이 들고 나온 악기는 19세기 중반 이후의 현대식 악기였다. 연출자는 컴퓨터를 이용해 18세기 '촛불조명'의 깜빡거림을 재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2막에서 유명한 돈 오타비오의 아리아 '그동안 나의 애인을 위로해주오'를 비롯, 몇몇 주요 장면이 아예 빠진 점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모차르트 시대의 정신을 복원'한다는 무대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았다.

이런 몇몇 결함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아틀리에'의 돈조반니는 시종일관 유쾌하며 즐거운 무대였다. 손짓 등의 몸동작을 과장스럽게 표현하는 출연자들의 연기는 무대위에서 대칭과 회전, 인물배치의 조화를 이루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무대 변화가 없어 지루했다는 관객 의견도 있었지만, 프라하 궁정극장의 무대를 재현했다는 무대장치도 섬세함을 높이 살만했다.

출연진 중에는 돈 조반니 역의 다니엘 벨처와 체를리나 역의 나탈리 폴린이 돋보였다. 벨처는 '고소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잘 마무리된 음성연기를 들려두었고, 폴린은 70년대 스페인의 전설적인 메조 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자의 서늘하고 정교한 목소리를 연상시켰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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