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 '매운맛' 좀 보여줘!…LG배 8강전 6명 진출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12분


코멘트
허영호 2단(오른쪽)이 농심배 2차전에서 일본 장쉬 8단에게 1집반 차로 패해 한국 7연패 달성에 먹구름이 드러워졌다. -사진제공 한국기원
허영호 2단(오른쪽)이 농심배 2차전에서 일본 장쉬 8단에게 1집반 차로 패해 한국 7연패 달성에 먹구름이 드러워졌다. -사진제공 한국기원
한국 바둑의 전성기가 저무는가.

최근 열렸던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한국의 투톱인 이창호 이세돌 9단이 중국 신예기사에게 어이없이 지면서 한국 바둑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이창호 9단은 셰허 5단에게, 이세돌 9단은 후야오위 7단에게 패했다. 한국 바둑의 4인방 이창호 이세돌 조훈현 유창혁 9단이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은 세계대회 4강전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4강에 오른 한국 선수는 박영훈 4단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폐막되는 농심배와 28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LG배 8강전이 한국 바둑의 앞날에 대한 가늠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3국 기사가 5명씩 출전해 연승전으로 치러지는 농심배의 한국 대표단은 사상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허영호 2단(18), 홍민표 3단(20), 박지은 4단(21), 원성진 5단(18) 등 신예 기사와 주최측이 와일드카드로 추천한 이창호 9단으로 구성돼 있다.

23일 열린 대국에서 허 2단은 일본의 장쉬 8단에게 졌다. 2000, 2001년 최철한 5단과 지난해 박영훈 4단이 초반부터 3, 4연승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불안한 출발이다.

농심배 대표단은 특히 경험이 부족하다. 홍 3단이 국내 예선에서 조훈현 9단을 꺾기도 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경험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 ‘철벽 수문장’이던 이 9단의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LG배 8강전은 다소 나은 편. 한국은 이창호 이세돌 9단을 비롯해 목진석 7단, 조한승 6단, 원성진 5단, 김주호 4단 등 6명이 진출했다. 나머지 두 자리는 중국의 창하오 9단과 왕레이 8단. 특히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라 조 9단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왕 8단이 요주의 대상으로 이창호 이세돌 9단 외에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사로 꼽히고 있다. 최규병 9단은 “한국 기사들의 기량이 떨어졌다기보다 중국과 일본 신예기사들의 기량이 무르익은 것 같다”며 “한국 바둑이 예전처럼 세계 대회를 독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