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청소년 책]'금난새와 …' 아는만큼 들린다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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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음악회’에서 연주 작품의 배경을 해설하고 있는 지휘자 금난새. 그는 ‘사람과 음악을 지휘와 해설로 행복하게 맺어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청소년 음악회’에서 연주 작품의 배경을 해설하고 있는 지휘자 금난새. 그는 ‘사람과 음악을 지휘와 해설로 행복하게 맺어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클래식 여행/금난새 지음/292쪽 1만9500원 생각의 나무

“클래식은 룰을 알고 즐기는 야구 게임과 같아요!”

지휘계 미다스의 손, 교향악단에 벤처개념을 도입한 음악계의 최고경영자(CEO), 보통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지휘자…. 지휘자 금난새는 별명도 많다. 그런 그가 청소년들에게 클래식을 들어보라고 권한다. 그런데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체 뭐기에 공부까지 하면서 들어야 한다는 거야? 쇼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요는 공부 안 해도 흥얼거리며 들을 수 있는데.’

그런데 쇼에서 듣는 노래가 공받기라면, 클래식은 야구라는 거다. 규칙 배우기 귀찮아 공받기 놀이만 하는 게 좋을까, 룰을 배워 신나게 야구경기 하는 게 좋을까? 대답은 생략하자. 6년 동안 ‘청소년 음악회’를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를 모조리 책에 털어 넣었다고 하니, 우선 책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음악가는 열여섯 명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두 명씩을 여덟 개의 단원으로 묶었고, 각장 말미에는 필요한 음악상식을 용어해설로 풀어낸 뒤 ‘추천 음악작품’ 해설을 붙였다. 참고서 같아 싫다고? 부담 갖지 말고 슬슬 읽어보자. 그런데 왜 두 사람씩 묶었을까? 둘씩 비교하면 재미있으니까.

수학 공식을 대입하듯 엄격한 음악을 만들어낸 바흐,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화려한 음악을 만들어낸 헨델. 두 사람을 비교하면 바로크시대가 보인다. 이전까지의 음악은 썰렁했는데, 왜 갑자기 장엄하고 멋진 음악이 나왔을까? 탐험과 항해 시대가 열리자 세계가 크고 넓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크고 넓고 높은 것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침 비판에 부닥친 교회도 권위를 찾기 위해 웅장한 것에 눈을 돌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음악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쾌활한 말썽쟁이 모차르트와 아버지 같은 하이든, 세상 짐을 모두 짊어진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베토벤과 마냥 즐거운 듯 생글생글하는 로시니도 대비되는 좋은 ‘짝’이다. 자존심이 강해 귀족에게 인사도 잘 안했던 베토벤. 그렇지만 ‘성격이 나빠서’는 아니었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귀족들만 특별하게 대접하는 사회에 불만을 갖고 있었고, 그 결과 귀족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격정적인 음악도 그런 ‘불만’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약간 뒤에 나온 로시니의 음악은 왜 그토록 명랑하기만 할까?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골치 아픈 것보다 밝고 가벼운 것으로 현실을 잊어보려 했기 때문이었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비교의 재미’만이 이 책이 주는 흥미의 전부는 아니다. 로시니의 생일은 2월 29일. 할아버지가 된 뒤에도 ‘생일이 4년에 한번 돌아오니 아직 10대’라고 우겼단다. 13일의 금요일을 끔찍이 두려워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가 죽은 날은 13일의 금요일이었다. 깔깔 웃다 보면 작곡가들의 성격도 대략 알 수 있고, 작품도 더 친근해지기 마련이다.

저자 혼자서 대지휘자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녹음장에 숨어들어가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연주를 더 없이 달콤하게 즐겼다는 등의 일화도 쏠쏠하다.

부록으로는 금난새 자신이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녹음한 로시니, 모차르트, 하차투리안 작품의 CD가 실렸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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