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동성애 갈등…세계 성공회 분열 위기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05분


성공회가 동성애 문제로 분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성공회 피츠버그 교구는 최근 로버트 던컨 주교 명의로 결의문을 내고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사진)을 뉴햄프셔 교구의 주교로 승인한 것은 성경에 위배된다”며 “영국에 있는 세계 성공회 본부가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츠버그 교구는 당분간 미국 성공회에 분담금을 내지 않고 소속 교회가 성공회를 떠나는 것을 말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파문의 당사자인 로빈슨 주교는 교구민 투표로 선출돼 8월 인준을 받았다. 그는 투표 전 동성애자라고 고백했으나 약 60%의 찬성표를 얻었다.

2만명의 신자가 있는 피츠버그 교구의 움직임은 성공회 내부의 보수적 신앙 노선을 반영한 것이다. 피츠버그 교구에 동조하는 미국 내 다른 교구들도 7일 텍사스주에 모여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교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세계 성공회 수장인 로언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15일 세계 각국의 주교 등을 런던에 소집해 단합을 강조할 예정이지만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상태. 특히 보수파들은 “성공회는 1998년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올해 영국 성공회에서 주교 후보가 동성애 문제로 사퇴하기도 했다.

한국 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98년 여성 사제의 인정 문제로 일부 교회가 이탈했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며 “동성애에 대한 입장차는 크지만 전면적인 분열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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