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혈압, 동맥경화증, 허혈 심장질환 등 순환기 질환 환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녀 사망 원인 중 여성 1위, 남성 2위가 순환기 질환이다. 더구나 서구화된 생활패턴과 식사습관으로 최근엔 30, 40대의 연령층에서도 심장질환자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내과 고광곤 교수는 “환자가 심장부위에 통증 등의 증세가 생긴 뒤 치료를 받으면 병원 입원횟수는 줄일 수 있지만 사망률을 줄이지는 못한다”며 “초기에 빨리 발견해 약물이나 운동요법 등 적극적 치료를 받아야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와 가톨릭대 성모병원 순환기 내과 정욱성 교수의 도움말로 순환기 질환 중 가장 많은 심장동맥질환의 최신 진단법과 최신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최신 조기 진단법=심장동맥질환은 쥐어짜고 뻐근한 가슴 통증만으로도 90% 이상은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심전도검사, 심장핵의학검사,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받아 최종 진단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엔 증세가 이미 나타난 환자 대신 심장의 통증 증세가 거의 없는 초기에 동맥질환의 진단을 시도하는 진단법도 선보이고 있다.
초음파를 이용해 위팔동맥(상완동맥)의 직경을 측정하는 ‘위팔동맥 혈관 초음파 검사법’은 혈관의 0.001mm 변화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위팔동맥의 상태는 심장부위 동맥의 상태를 90% 이상 반영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법으로 이용된다.
또 혈관의 수축과 이완 때 직경을 각각 측정해 위팔동맥의 이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혈관에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건강한 젊은 혈관은 8∼10% 이상 늘어나지만 병들고 늙은 혈관은 1∼4%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또 피검사를 통해 염증과 관련된 단백질(C-반응성 단백질)의 농도를 측정해 관상동맥경화의 조기 진단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브리검 여성병원 내과 폴 리드커 박사는 2만여명의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45세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5년 동안 관찰한 결과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높은 환자는 수치가 낮은 환자보다 심혈관합병증이 5.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동맥경화가 단순히 혈관에 나쁜 기름이 낀 상태가 아니라 피 속의 염증세포들이 동맥이 딱딱해진 곳에 들어와 여러 가지 염증물질을 내보내는 일종의 염증 반응으로 보기 때문. 동맥경화가 있는 환자는 C-반응성 단백질의 수치가 0.1∼1.5 정도 올라간다. 단 감기 환자나 다른 염증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이 검사를 받으면 수치가 10∼20 정도 올라가기 때문에 피한다.
▽최신 치료법=최근 미국에서 4만여명의 심혈관계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2가지 종류의 약제가 심혈관계의 부작용을 현저히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스테롤을 뚝 떨어뜨리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과 혈압을 낮추는 살탄 계열 약물이 그들이다.
이들은 심장동맥질환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발생을 막고 △피떡의 형성을 막으며 △혈관의 이완작용을 좋게 만들어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해준다. 즉 혈관의 상태를 좋게 만들어 심혈관계의 합병증과 사망을 25∼30% 이상 감소시킨다.
협심증 환자는 심장동맥 협착이 심하기 때문에 금속 그물망 확장 시술이 많이 사용되지만 1년 뒤 10명 중 3명은 재협착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생겨 큰 문제였다.
최근 재협착의 주요 원인인 평활근세포와 내막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들, 즉 면역억제제(라파마이신), 항암제(파클리탁셀), 여성호르몬제, 혈전형성억제제(헤파린) 등을 그물망에 입힘으로써 재협착의 빈도를 현저히 줄인 치료법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시술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고 약물 입힌 금속 그물망 가격만 최소 270만원 이상인 것이 환자에게 부담이다.
약물이나 수술로 치유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최근엔 줄기세포나 유전자 세포 이식술이 새로운 희망이다. 이 치료법은 새로운 혈관이나 근육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줄기세포나 혈관을 만드는 유전자 물질을 주사기를 이용해 심장에 직접 주입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게 하는 치료법.
그러나 아직 초보 단계로 안정성 및 장기적 효과가 밝혀져 있지 않아 일반 환자에게 권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줄기세포는 새로 생긴 심장근육에서 부정맥이 발생하거나 비정상 혈관을 형성시킬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심장질환 환자 운동은…▼
9월 26일은 세계 심장의 날. 대한순환기학회는 심장의 날을 맞이해 29일부터 일주일간 ‘심장수호 주간’을 선포한다. 또 10월 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심장질환 치료와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과 의사가 함께하는 ‘2003년 대한민국 심장수호 프로젝트 심장건강 걷기대회’를 펼칠 예정이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순환기 내과 박철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운동을 하면 심장에 무리를 주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적당한 운동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10% 정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6% 정도 증가시키며 혈압과 혈당을 낮춘다”고 말했다.
심장질환자는 새벽이나 아침에 운동하는 것보다는 오후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 준비운동(5∼10분), 정리운동(5∼10분) 및 본 운동을 합해 매일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강도 높은 운동을 단시간에 하는 것보다 강도 낮은 운동을 오래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운동은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체조 등의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특히 30대의 가벼운 고혈압 환자는 가벼운 조깅이, 40대 이후에는 빠르게 걷기가 좋다.
그러나 가슴이 자주 아프거나 팔 다리에 심한 통증이 오거나 어지러움이 있는 사람, 체중이 110kg 이상인 사람은 운동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여 운동량과 강도를 결정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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