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가 임홍빈씨 '4년 땀' 결실…서유기 완역!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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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수호지’ ‘금병매’와 함께 중국 4대 기서(奇書)로 불리는 ‘서유기’(西遊記)가 완역된다.

이번 완역은 1999년 대산문화재단이 실시한 외국문학 번역공모에 응한 전문번역가 임홍빈(任弘彬·63·사진)씨가 3년여간 매달린 끝에 거둔 결실이다. 18일 1차분으로 1∼3권이 나오며 7월까지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완간(전 10권)될 예정이다.

몇 백년을 거치며 시대의 요구에 따라 내용이 바뀌거나, 삭제 혹은 추가된 ‘서유기’는 사실상 ‘원전(정본)’이 없다. 임씨는 명대에 나온 ‘신각출상관판대자서유기’(통칭 ‘금릉 세덕당본’)를 중심으로 번역하고 ‘비평서유기’를 비롯해 청대 판본을 대조, 검토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중역본 혹은 발체본으로만 소개됐는데 이번에 가장 권위 있고, 널리 읽힌 판본을 직역해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의 의의가 있는 셈이다.

이번 완역본의 원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를 기준으로 옮긴이의 해제 600장을 포함, 총 1만6000여장. 임씨는 번역지원금으로 받은 500만원도 중국을 방문해 ‘서유기’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다 쏟아 부었다.

임씨는 “우리나라에서 동화나 만화로 선보인 ‘서유기’는 원작의 집필 배경을 가리고 있다”며 “중국의 사회 실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 진짜 ‘서유기’를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손오공은 변혁의 원천, 저팔계는 농민, 사오정은 원리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관리, 신령들은 부조리한 기성 세력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서유기’는 7세기 초 당나라 스님 현장이 오늘날의 인도 지역을 여행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저자 오승은(1500∼1582)은 여기에 허구를 가미, 삼장 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불경을 가지러 천축을 여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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