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03년 사스, 바이러스 망령 다시 살아나나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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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가 가져온 재앙을 그린 영화 ‘아웃 브레이크’의 한 장면. 현대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도 끊임없이 변신하는 바이러스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에볼라 바이러스가 가져온 재앙을 그린 영화 ‘아웃 브레이크’의 한 장면. 현대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도 끊임없이 변신하는 바이러스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바이러스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 것인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로 지구촌 전역이 초비상이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단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일 것이란 추측이 나왔을 뿐이다. 의학자들은 1918∼1919년 세계적으로 2500만명 이상을 숨지게 한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악몽을 떠올린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류를 위협했다. 그리고 재앙은 반복됐다. 1957년 아시아 독감으로 100만명 사망, 1968년 홍콩 독감으로 70만명 사망에 이어 1977년 러시아 독감까지…. 1997년에는 홍콩에서 조류 독감(슈퍼 독감)까지 등장했다. 10년마다 새로운 독감이 발병한다고 해서 ‘10년 주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인류와 바이러스=사람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바이러스와 세균(박테리아)이 대표적이다. 어림잡아 수만종에 이르지만 계속 변종이 생기기 때문에 전체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 등 몇몇을 빼면 대부분 200nm(nm은 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로 세균보다 크기가 작다. 또 세균은 핵과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반면 바이러스는 핵이 없기 때문에 숙주에 기생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왜 바이러스들은 숙주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공격적일까. 숙주인 인류가 사라지면 바이러스도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의학자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생물(숙주)로 옮겨가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종족 번식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인류를 공격해도 바이러스에게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

이런 논리에 따르면 사람이 유일한 숙주일 때 바이러스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사람이 유일한 숙주로 알려진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몸에 다른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큰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사람과 공존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우호적’이란 분석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의학자들은 “비슷하지만 바이러스가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1928년 항생제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세균감염의 상당 부분을 정복한 반면 바이러스 치료제는 아직 제대로 개발된 것이 없다는 것. 그러나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세균의 돌연변이가 예전보다 더욱 심해져 양쪽 모두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는 의학자들도 적지 않다.

▽바이러스와의 전쟁=바이러스를 극복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백신을 개발했다고 해도 새로운 돌연변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바이러스 중 하나인 감기의 치료제 개발 역시 이런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밀고 밀리는 전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예방 백신을 맞으면 60∼90% 예방이 가능하다.

독감에 걸렸을 때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완치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20세기 최후의 재앙이라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미생물학자들은 의학의 ‘판정승’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기존의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1980년 처음 발견되자마자 3년 이내에 원인균과 전파경로, 진단법까지 모두 파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록 완치까지는 아니지만 발병했을 때 수명을 5년 이상 연장시킬 수 있는 치료법까지 개발됐다. 의학자들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 정도로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다”고 말한다.

반면 1970년대 중반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직까지 난공불락(難攻不落). 의학자들은 다만 “동물에게서 전염되며 병에 걸리면 대부분 10일 이내에 죽는다”고 추측할 뿐이다. 바이러스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이원영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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