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킴이]서울 을지병원 김응진 교수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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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진소장은 엘리베이터를 웬만해서는 타지 않는다.하루에도 수백번 계단을 오르내리지만 늘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김응진소장은 엘리베이터를 웬만해서는 타지 않는다.하루에도 수백번 계단을 오르내리지만 늘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당뇨병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서울 을지병원 당뇨병센터 김응진 소장(86)은 매일 오전 7시반에 환자진료를 시작한다.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가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당일 진료, 당일 처방’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보통 식전과 식후 2차례 혈당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바로 검사결과를 통보 받고 처방전을 받는다.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불만이 생길 법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검사를 받고 귀가한 뒤 며칠 후 결과와 처방전을 받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대학병원 의사로는 국내 최고령이다. 머리색은 순백으로 바뀐 지 오래다. 체력이 달릴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튼튼한 체력이 꾸준한 운동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스스로 “운동이 곧 보약”이라고 할 만큼 운동에 대한 열정도 강하다.

김 소장은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경성의전 재학시절 여름에는 축구선수로, 겨울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다. 탁구 농구 수영 등 모든 운동을 두루 섭렵했다. 그가 특히 ‘베스트’로 꼽는 운동은 테니스. 그는 30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50년 이상 테니스를 해 왔다. 지금은 추운 날씨 탓에 잠시 쉬고 있다고 한다.

그는 또한 널리 알려진 ‘주당’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2, 3회는 술을 마신다. 주량은 소주 2병. 양주의 경우 반병까지 끄떡없다. 맥주는 별로 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3개 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좋은 운동이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계단 오르내리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김 소장은 요즘도 입원환자를 포함해 하루 200여명 정도를 진료한다. 1981년 을지병원으로 옮긴 뒤 지금까지 진료한 당뇨병 환자는 약 4만5000명. 이전에 서울대 병원에서 진료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어림잡아 10만명 이상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교환교수 시절인 1959년 당뇨병에 눈을 떴다. 당시 소화기학이 전공이었던 그는 의외로 당뇨병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국내에서도 당뇨병환자가 많지 않을까”라며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는 국내에서 당뇨병 진단 및 치료법은 고사하고 검사방법 자체도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시절.

1960년 귀국한 그는 서울시내 병원 내과의 외래 및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 발병 여부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아 모두 자비를 들였다. 1956년 전체 환자의 0.4%에 불과했던 당뇨병환자가 1961년에 2배 가까이 늘어 전체의 0.75%에 이르렀다는 것을 밝혀내고 내과학회에 보고했다. 1971년에는 충북 옥천군에서 1만5853명을 대상으로 국내 첫 당뇨병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1968년 창립된 대한당뇨병학회도 그의 작품이다. 당시 그는 당뇨병에 관심을 보이는 12명의 의학자와 함께 이 학회를 창립했다. 그는 초대회장과 2대 회장을 이어 지냈다.

김 소장의 당뇨병에 대한 열정은 3대째 대물림하고 있다. 장남 영건씨(57)는 현재 충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당뇨병을 전공하고 있다. 또 영건씨의 큰 딸 현진씨(29)는 충남대병원에서 당뇨병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밟고 있다.

김 소장은 요즘 젊은 의학도들의 ‘경박함’을 꾸짖는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너무 빨리 개업하거나 돈이 되는 학과로만 몰리고 있다는 것. 그는 “개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질병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연구를 하지 않고 성급하게 개업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한다. 실제 그는 손녀에게도 개업을 빨리 하지말고 공부를 더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 소장의 진료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는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기 때문에 길어야 1, 2년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환자가 없으면 의사가 아니다. 생이 다할 때까지는 의사로 남고 싶다”라며 환자진료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당뇨병 예방-진단방법▼

김응진 소장은 당뇨병에 관한 한 ‘척 보면 안다’고 할 정도로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그가 말하는 당뇨병 예방 및 진단방법은 어떨까.

▽친척 중에 당뇨환자가 있으면 의심하라=한국인의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췌장 이상은 유전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가까운 친척 중 당뇨 환자가 있으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이 경우 병원을 찾아 당뇨병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살이 찌기 시작하면 의심하라=당뇨병 초기에는 대부분 비만 증세가 나타난다. 따라서 살이 찌기 시작한다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또 비만은 당장 당뇨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발병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평소 조심해야 한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살은 오히려 빠지게 된다.

▽기타 증상=단 것을 먹어도 계속 먹고 싶을 경우, 목이 자주 마르는 경우 등도 당뇨병을 의심 해야 하는 현상이다. 소변 색깔이 변할 때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변의 거품이 많으면 당뇨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당뇨병을 예방하려면=매일 적절한 운동을 해 주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 폭음하지 않는다면 술을 마시는 것은 큰 문제 없다. 담배는 당뇨병 외에도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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